어제는 아침에 말이 마구 튀어나오고 생각의 전환이 너무 빨라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보름달 효과인 건지 무언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밖에 나가서 그래서 한참 걷다가 집에 돌아왔다. 이게 혹시 조증에피소드는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정말로 내가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다. 기껏 2년간 우울증 치료를 잘 마치고 나서, 1년을 잘 보내고서는 다른 삽화를 마주하게 되는 것일까 두려웠다. 지량이 온전히 내가 걷는 길과 음악만 들으며 다녀오라 했지만, 그런 생각들이 멈추지 않는 산책길이었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빵집까지 걸어가서 빵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식당에 들러 밥을 먹었다. 생각보다 길어진 산책길이었다. 약간은 땀도 났다. 에너지가 조금은 빠졌는지, 집에 돌아와서는 나가기 전보다는 차분하게 있을 수 있었다. 지량과 함께 거실 테이블에 앉아서 그림을 그렸다. 많이 불안한 나를 보고 지난 밤에 지량이 내렸던 특별한 조치 같은 것이 있었다. 세라 맞춤 치유 프로그램. 묵언수행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묵언수행을 하겠다고 선언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앉아서 그림 그리는 동안 최대한 말을 아꼈다. 차분히 세 장의 그림을 그려냈다. 생각보다 맘에 들었다. 콩테로 드로잉을 하는 감각이 좋았다. 손으로 콩테 가루를 문지르는 것도, 손가락 끝에 그 색깔이 물드는 것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도 많이 불안했다. 이리저리 뒤척이고, 또 생각이 튀어 나가고, 손이 뜨겁고, 뒷머리가 두근두근했다. 지량과 어제 사 온 남은 빵과 커피를 먹으며, 오늘도 함께 드로잉을 했다. 지량이 요즘 많이 좋아한다는 음악을 들으며. 지량과 그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집을 떠나기가 싫었다. 광주에 가기 싫은 맘과 가고 싶은 맘이 계속 시소를 타듯이 서로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래도 결국 광주에 왔다. 이번 주에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야지. 그래도 이전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왔다. 돌아오자마자 짐을 놓고 요가원을 향했다. 9월 한 달 동안 요가원에 등록해 두고는 아파서 몇 주간 수련을 쉬었다. 불안한 마음이 커질수록 요가 수련이 그리웠다. 수련하는 것을 무언가 부정적인 마음의 작용이나 불안을 잠재울 방도로 생각하면 그 또한 강박과 불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함정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내가 중심을 다시 찾기 위해 많이 필요하긴 했다. 중심이 상반신으로 쏠려있는 것이 느껴지는 나날이었다. 뿌리내리는 힘이 많이 약해져 있었다. 브륵샤사나를 하는데 이렇게나 흔들릴 줄이야. 내게 정말 안정적인 아사나였는데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많이 불안했나 보다. 발이 땅에 단단히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오늘 오랜만에 수련하고 나니 많이 이완된 것 같다. 창작소로 돌아오니 힘이 추욱 빠져있는 내 몸이 느껴진다. 내일도 더 편안하게 수련해야지. 아직 많이 흔들거려서 그런지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말이 잘 이어지지 않아 멈칫하거나 주저하는 순간이 많아진다.
아, 오늘 요가하면서 정말 인상 깊은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다. 아사나를 하면서 에너지의 흐름이 어느 부분에 멈춰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동하게 하라고 하셨다. 머리에서 천골로, 천골에서 다리로, 다리에서 다시 머리로 그렇게 계속 에너지가 이동하는 것을 느끼는 것이지, 어딘가에 무언가를 고정시키고, 멈추어두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고 알려주셨다. 내 몸을 계속 펜으로 그려보는 것처럼 느껴보라고 하셨다. 펜촉을 어딘가에 멈추지 말고, 계속 내 몸을 그리는 것이라고. 이 말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수련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침 지량과 어제와 오늘 함께 드로잉하는 시간을 가져서 그런지 더 와닿는 가르침이었다. 지량도 내게 오늘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 말이다. 그게 중요한 것이었다. 내일도 그렇게 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