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행기 창가 자리에 앉아 이륙하는 순간과 점점 멀어지는 땅 위의 불빛들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와라. 까만 세상에 밝게 켜진 불빛들이 마치 은하수 같았다. 하늘에도 땅에도 모두 은하수가 있구나. 그리고 붉은 손톱달이 뜨는 순간을 보았다. 내 눈을 의심했지만 맞았다! 정말 잊을 수 없는 풍경이 될 것 같아.
불빛이 복잡하게 켜진 지상의 밤과, 아주 얇은 하얀 구름층과 붉은 얇은 손톱달. 오랜만에 비행기 창밖의 모습을 촬영했다. 자리는 지량과 떨어졌다. 지량은 나와 반대편 창가에 앉게 되었다. 내가 본 풍경은 못 봤겠지만, 반대편의 은하수도 아름다웠길.
이 여행이 내게 어떤 의미가 될까, 난 또 피곤하기만 하겠지-했지만 떠나는 날 느껴지는 것은 서울을 떠나오기 전과는 정말 사뭇 다른 충만함이다. 여행 막바지에 다다라서는 컨디션 난조로 힘들고, 쉬어야 하는 날도 많았지만 풍족해진 마음이다. 또 내가 너무 큰 불안과 걱정들로 이 여행이 끝나고 우울증이 찾아오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역시 언제나 같은 일이 반복되지는 않는다. 어떤 패턴들은 생에서 반복되지만, 그 안에서 계속 변주가 일어난다. 같은 패턴 안에서 새로운 것들이 계속 생성된다. 그걸 배우고 있다.
그 언젠가의 여정에서는 불안과 걱정을 그저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면, 이제는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법을 배운다. 또다시 분명 걱정과 불안은 올라오겠지만, 그것이 실제로 우리를 다치게 하는 일은 없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내 걱정거리를 믿는 것이 아니라, 내 현실과 내 우주를 믿는다. 내 사랑을 믿는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나를 사로잡고, 잡아먹을 것 같았던 그런 어둠과 불안을 붙잡지 않고 흘려보낸다. 뜨거운 햇살 아래서 모두 태웠고, 부드럽고 미지근하고 포근한 안다만 해에 모두 씻겨냈다. 파도에 넘실넘실 따라 모두 지나갔다. 퍼붓는 비에 모두 씻겨 내렸다.
지금 듣고 있는 이 노래가 이 여행을 마무리하는 제목이자 음악이 된다. long life. 비행기 타기 전, 내가 급히 애플뮤직에 내려받은 앨범이 wishful thinking이라니 !
나는 용감해지길 선택했다. 그 생각만으로 나는 용감해졌다 ! 그리고 그 용감함은 내 삶으로, 내 행동으로 드러날 거야. 지량도 그 안에서 더 든든함을 느꼈으면, 내 사랑이 내 안에서 안식을 얻었으면 !
나의 위시풀 띵킹 - !
홍섬에 가기 전날, 나는 날씨가 걱정되어 열심히 자연의 정령에게, 대지의 신에게 기도했다. 우리의 여행이 안전할 수 있게, 비가 오지 말라고까진 못하겠으니, 바다가 안전하기만을 기도했다. 그리고 홍섬 가는 날. 섬 투어를 하는 내내 비는 억수로 내렸는데, 바다는 정말 온화해서 배를 타는 것이 하나도 무섭지가 않았다. 우주는 정말 내 기도를 들어주는구나. 더 솔직하게 진짜로 내가 원하는 것을 적극 기도해야겠구나.
나 자신을 과소평가한 것인지, 신을 과소평가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늘 왜 원하는 것을 끝까지 빌지 않았을까. 이제 더 크게, 진짜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기도하기로 했다. 진심으로 내가 바랐던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보기로 했다. 너무 오랫동안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들을 참고만 살았다. 참는 것 말고, 만족하는 법을 이제는 배우고 싶어. 늘 갈망하거나 참는 것이 아니라, 풍족함을 느끼고,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어. 욕심도 모두 자연스레 비워지고, 무엇도 바라지 않는 삶으로 도달하기 이전에 나는 바라는 것이 충만하게 이루어지는 삶을 경험하고 싶어.
생각과 기도를 여러 번 고치지 않고, 진짜로 튀어나오는 마음과 말을 그대로 바라보기. 여행 중에 여러 가지를 배웠다. 지량은 여행 중에도 내게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해주었는데, 진짜로 그렇게는 안될 것 같아서 본심과는 다른 조금은 더 적당하지만 애매하게 맘에 드는 것을 선택을 했다가 괜히 아파지고, 후회하는 일들이 있었다. 그렇게 또 배웠다. 쉽게 배우는 법은 늘 없어. 에휴. 5살짜리 어린아이가 하는 단순하고도 솔직한 말들이 언제고 나를 다시 깨우치게 한다.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