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7월 17, 2025

벽사


봉숭아물을 들였다. 지난 주말에 양주에 다녀왔다. 집앞에 봉숭아가 많이 자라있었다. 서울로 돌아올 때 이파리를 많이 떼어왔다. 돌멩이로 이파리뭉치들을 짓이기고 지량에게 부탁해서 물들였다. 색깔이 좀 연하길래 집에 예전에 사두었던 시판 봉숭아물들이기로 조금 더 물을 들였더니 진하게 마음에 들게 색이 들었다. 붉게 물든 손끝을 보면 기분이 좋다. 여러가지 여름의 감각들 중에 내가 참 좋아하는 것. 짓이겨진 꽃잎과 이파리 냄새와 축축하게 젖는 손끝. 그리고 손톱 주변까지도 주황으로 물드는 일. 봉숭아 물들이기 풍습에 대해서 찾아보니 벽사라는 단어가 나온다. 벽사색은 액운을 막아주는 의미가 있다. 봉숭아 물들이기는 예쁘게 손을 치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액운과 질병까지 쫓아내는 부적과도 같은 풍습인 것이다. 마침 그 일주일 전부터 많이 아팠던 나는 병이 거의 나아질 즈음에 봉숭아 물을 들인 것인데, 벽사색이 이제 남은 모든 독소까지 달아나게 해줄 것 같았다. 

오랜만에 정말 많이 아팠다. 일주일도 넘게 내리 아팠다.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독소가 쌓이고, 그것들을 내보내야하는 때였던 것 같다. 내 몸이 그렇게 해준 것이다. 어서 이것들을 청소하자 ! 많이 많이 아팠고, 많이 비워냈다. 한창 아프고 비워지고 있을 때에는 너무 아파서 호흡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는데, 좀 나아지고 이번주 월요일에 오랜만에 요가를 가서 수련을 하니 몸이 풀어지고 호흡하는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나니 내가 어떻게 호흡하고 있었지? 하는 질문이 들었고, 비움과 호흡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것들을 같이 나누고 싶어졌다. 이걸 주제로 리빙룸을 열어볼까 생각 중이다. 그런데 어떤 내용들로 채울 지는 모르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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