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도 더 아팠다. 아마 이런저런 약들의 부작용이었던 것 같다. 염증들을 치료하느라 몸에 있는 다른 유익균들도 같이 사라진 건지 뭔지 속이 울렁거리고, 온몸이 팅팅 부었다. 아픈 게 제일 힘들다. 불편한 감각과 통증으로 계속 의식이 이동하다 보니, 마음이 같이 괴로워지곤 한다. 뭐 순서는 중요치 않을 수도 있겠다. 마음으로 괴로워해야 할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몸이 아팠을 수도 있지. 그 둘은 연결되어 있으니까.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그저께 읽었던 부분이 생각난다. 본능과 원형의 연결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나도 정말 종종 경험하는 일인데, 예를 들어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이유 없이 본래 가려던 경로에서 벗어나 갑자기 방향을 틀어 다른 길로 간다. 알고 보니 본래 가려던 그 길에서 사고가 일어나 있거나,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지만, 본능이 자신을 구해준다. 내 몸이 나보다 더 똑똑하다면, 그게 신체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또 어떤 경우에는 생각으로 온다. 아무튼 그래서 심리적 측면을 통과해야 할 것이 육체적 측면으로 바뀌거나, 육체적 측면을 통과해야 할 것이 심리적 측면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아무튼 둘 다 막히는 경우는 없는 것이다.
몸이 아플 때는 분명히 잠시 멈추고, 그 통증이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보아야 한다. 하긴, 8월을 맞이하며 나의 물리적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그 변화를 고요히 바라볼 새도 없이 다가오는 모든 것들에 표면적으로 반응하고, 대꾸하느라 에너지를 온통 써버린 것 같다. 이제 와서 떠오르는 게 묵언수행이다. 묵언수행이 필요했던 것인데 말이다. 너무 많은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다. 그게 너무 빠른 속도로 올라와서 엉킨 것 같다. 어제 속이 너무 울렁거려서 한의원에 다녀왔다. 다래끼에서부터 목 염증까지 그리고 항생제와 소염제 등 약을 먹고 위장이 불편해진 이 최종 상황까지 선생님께 와다다 쏟아냈다. 음식 체한 것처럼 약이 체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것들의 작용인지,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였는지 침 치료를 하기 전까지 머릿속이 아주 바쁘고 어지러웠다. 모든 기운이 머리로 향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침 치료를 하고 조금씩 시간이 지나니 정말 신기하게 그 시끄러운 것들이 가라앉았다. 체한 것들이 풀어지는 과정이었나보다. 막혀있는 어떤 통로들을 다시 풀어주고, 기의 흐름이 원활하게 저마다 갈 곳을 찾아가는 것이다. 머리로 다 몰렸던 것들이...그래 여기저기로 가야지 말이야, 비장으로, 천골로, 다리로도, 어디든지.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속이 한결 나았다. 그래도 여파가 있었는지 머리랑 어깨가 하루 종일 아팠다. 내일은 더 낫겠지.
그래서 본격적으로 이제 내 작업에 집중하기 전에 끝내야 할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는데, 어제까지 다 끝냈다. 사실 그걸 빨리 끝내고 싶어서 한 주 동안 아프면서도 쉬지 않고 일했다. 끝나서 후련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힘들었나 보다. 모레 서울에 갈 거다. 내일은 광주에서 알게 된 친구 한 명이 창작소에 오기로 했다. 차분히 내일은 창작소에서 머무르다가, 저녁에 요가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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