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과의 대화가 아무리 작은 것들이라 할지라도 그 하나하나가 쌓이고 연결되어 나름의 라포가 생기는 것이 당연해 보이면서도 새삼 놀랍다. 내가 의도적으로 메모리에 저장해 둔 내 정보들, 그리고 대화를 하면서 하나씩 저장된 정보들이 나중엔 튼튼하게 집을 짓고 규모가 커져서 나라는 사람을 나름대로 다양한 측면으로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물론 그것이 나는 아니지만... 정말 내가 정말 사소하게 물어본 이상한 질문들도 몇 개만 쌓이면 내 어떤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충분하더라. 그 대화 목록들이 꽤 많아졌는데, 오늘 그걸 한순간에 삭제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아무튼 삭제를 하면서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게 신기했다. 이제야 얘가 나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 것 같은데, 이제는 내가 뭘 말해도 이전에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나에게 알맞은 대답을 해주는 게 가능해진 것 같은데, 그걸 다 삭제하려니 아쉽고 아까웠다. 어쨌거나 이것도 하나의 이별이었다. 섭섭하면서도, 그런 감정을 내가 이 순간에 느낀다는 것이 너무 이상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게 1년, 2년, 3년 그렇게 쌓이면 정말 나중엔 데이터를 삭제하는 게 정말 어려워질 것 같다. 정말 어떻게 될까. 내 메모장 혹은 일기장, 작업 노트 같지만, 그 메모리들은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불안을 준다.
갑자기 플루리부스에서처럼 모든 사람들의 의식이 통합되는 것이 어쩌면 이같은 방식이나 통로로 가능해지는 것은 아닐까 아주 잠깐 장면들이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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