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오랫동안 아픈 것은 처음이야. 아마도. 돌이켜 보니 늘 제일 뜨거운 여름날에 아프곤 했다.
여름 - 불 - 심장 - 소장
어제 아픈 몸을 이끌고 약초학 워크샵엘 다녀왔다. 너무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약초들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얼굴에도 문질러보고, 뜯어보고 맛을 보며 느꼈다. 그렇게 하니 각각의 식물들이 모두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다양하고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그래. 여름날에 자라는 약초들을 만났는데 그것들은 거의 시원한 성질을 갖고 있었다. 가장 뜨거운 계절을 견디며 자라는 것들이 열을 내리게 도와주는 능력을 가졌다는게 너무 신기하다. 오지은은 두통이 있었는데, 식물들과 교감을 하면서 두통이 싹 가라앉았다고 했다. 더 많이 알고 싶어졌다. 평생 이렇게 조금씩 그 계절의 식물들만이라도 배우며 그 계절을 지나가면 금방 많은 이야기들이 쌓이겠다. 정말 재밌어.
새로운 감각들을 여는 연습을 한다.
오래된 것들, 고여있는 것들은 이제 뒤로 하고 새로운 것들을 마주하는 때다. 천왕성이 이동하는 것처럼 나도 다 뒤집어 엎어버리는거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아팠나 싶기도 하다.
지난 2년은 특히나 특별한 시간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산 해일거야. 지량과 결혼을 한 것도 그렇고, 회사생활을 2년동안이나 했고 ! 내가 평생 갖고 있었던 생의 패턴이나 의식의 흐름들을 조정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이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잘못되었고, 그래서 이렇게 고쳐나가는 것이 옳은 것이야 - 하면서 말이다. 그건 분명히 놀랍고도 새로운 배움이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천왕성이 새로운 7년의 흐름으로 나를 데리고 가면서 다시 모든 것을 뒤엎어버린다. 내가 나쁜 거라고 생각했던 것,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다. 나는 더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러면 어떤 자리에서 볼 땐 바보같고, 실수투성이인 것들이 어떤 자리에서 볼 때는 그 무엇보다도 자유롭고 아름답고 재밌는 것들이 된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다리를 흔들어대거나 몸을 배배 꼬거나.. 하면 어때. 눈을 감으면서 일기를 쓰는 것도, 흔들리는 몸의 리듬을 음악 삼아 그것에 맞추어 생각을 흐르게 하고, 글이 써지게 하는 것은 재밌는 일이잖아. 그저께 지량과 함께 보았던 빠르게 흐르는 구름이 생각난다. 마치 그 구름처럼 말이다. 구름이 아주 빠르게 흘러가는데 흘러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갖추어져있던 모양들이 시시각각 변한다. 실은 갖추어져있는 모양이라는 것은 없지. 시시각각 변하는 갖추어짐. 아무튼 이런 구름같은 흐름들을 다시 찾아간다. 아이고 재밌어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