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4월 17, 2026

라벤더와 로즈마리 그리고 레몬밤

라벤더와 로즈마리, 레몬밤 화분이 도착했다. 
허브는 키워본 적이 잘 없는데, 이번에 향긋한 허브들을 만나고 싶었다. 잎을 직접 따서 차도 우려먹고, 요리에도 넣어 먹고, 향기만 맡아도 좋지. 오늘 우리 집까지 오느라 고단하고 놀랐겠지만, 미안하다고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인사를 하고 이파리 몇 개를 땄다. 레몬밤 이파리 넉 장과 로즈마리 이파리 석 장을 뜯어 차를 우려 마신다. 생잎이라 진한 맛은 아니지만 향긋하고 부드럽고 좋다.
요즘 마음이 좁아지려고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식물들을 떠올린다. 식물들의 너그러움을 떠올린다. 그렇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내 마음도 너그러워지겠지? ㅎㅎ

너무나 아름다운 향을 가진, 또 내 맘을 더 편안하고 부드럽게 해주는 식물들을 조금씩 더 알아간다. 천천히. 나는 그들이 주는 유익한 것들, 그 향과 맛, 그리고 심지어 치유까지…! 그것들에 집중하다 보면 또 이것이 너무 인간 중심적인 마음이라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런 모든 것들까지도 식물은 다 감싸안는다. 다시 마음이 놓인다. 그냥 그 존재 자체가 모든 것을 설명하고 모든 것을 연결해 준다. 모든 것이 일리가 있다. 가장 뜨거운 날에 자라는 식물들이 우리의 열을 식혀주듯이…. 마치 모두에게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존재하는 것만 같다. 어떤 욕망과 욕심, 의도도 없겠지만 그 모든 것이 이치에 맞다. 

레몬밤에 대해선 잘 몰랐다. 갑자기 며칠 전에 새롭게 알게 되어 기쁜 마음에 골랐다. 잎은 민트처럼 생겼다. 민트가족들은 그 이파리들이 생긴 것처럼 모두 우리의 신경계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실제로 레몬밤은 신경성 증상들에 효과가 있다.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항염 효과도 뛰어나다고 한다. 

로즈마리는 길쭉한 잎을 가졌다. 로즈마리도 기억력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로즈마리에 대해서는 내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허브 중에 유일하게 가장 나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허브다. 마르세유의 깔렁끄에 가면 지척에 로즈마리가 있었다. 정말 지척에. 그래서 그 이파리들을 떼어 손으로 비벼 냄새를 맡으면 정말 그토록 행복할 수가 없었다. 탁 트인 그 자연 속에서 뜨거운 햇살과 지중해의 바람을 맞으며 하얀 바위들 틈에서 자란 로즈마리들. 그 이파리와 향기를 넣은 시를 지은 적도 있다. 지금 검색해 보니 로즈마리의 어원은 '바다의 이슬'이라는 라틴어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Ros Marinus. 내가 가진 기억이 로즈마리의 이름 그 자체였구나. 로즈마리는 또한 '기억의 허브'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뇌의 기능이 좋아진다고…. 

그리고, 라벤더는 사실 내가 살면서 제일 많이 의지하는 허브가 아닐까. 언제나 라벤더가 있어, 안심이야. 불안하거나 잠이 안 올 때면 라벤더 향을 맡곤 한다. 우리나라 기후가 알맞지 않을 것 같아서 직접 키워보겠단 생각은 못 해봤다. 사실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잘 컸으면 좋겠다.

아침 되면 따스한 햇살이 가득한 베란다에 내놔야지. 서울의 햇살과 바람으로도 내 허브들 잘 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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