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8월 13, 2026

매해 가장 뜨거운 달에 아픈 것이 패턴이다. 작년에도 7월 내내 아팠는데, 가장 뜨거운 해, 가장 뜨거운 나날에 아픈 주간을 보내고 있다. 며칠 전 입추를 기점으로 열기가 조금은 사그라들었지만, 입추 바로 직전의 일주일이 아마 올해 가장 뜨거웠던 주간이었다. 한낮 기온은 거의 40도에 육박했다. 날씨와 더불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의 기운도 양기로 가득 차 있었다. 몇 달에 걸쳐 만날 사람들을 일주일도 안 되는 사이에 만났던 것 같다. 여기가 어디야. 모든 말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고, 그것들이 정리가 안 되고, 가라앉질 않아 나는 말이 이상하게 튀어나오거나, 혹은 말이 나오질 않아 삐그덕대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꽉 찬 약 일주일을 보내고, 양림동을 누릴 새도 없이 서울에 볼일이 있어 올라갔다. 서울에 올라간 날 다래끼가 올라왔다. 항생제 엔딩은 싫어서 열심히 자연치유를 위해 온찜질을 했다. 위대한 온찜질의 효과로 자연스럽게 곪은 것이 터졌지만, 가라앉는 데는 장장 일주일이 걸렸다. 다래끼 때문인지,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몸은 힘들었지만, 서울에서는 오랜만에 여름방학 같은 시간을 보냈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도 보고, 고양이들도 보고, 지량과 영화관도 가고, 전시도 보고 핑핑 놀았다. 아, 엄청난 동시성이 내내 나타나기도 했다. 어느 밤의 여정. 아무튼 그렇게 핑핑 노는데도 에너지가 필요했다. 에너지는 이미 바닥났지만 그래도 즐거운 마음 하나로 보낸 여름방학. 그 시간을 보내고 나니 많은 것들이 차분히 내려왔다. 정확하게 입추를 기점으로 날씨도 한 꺼풀 꺾였고, 내 머릿속도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광주로 돌아오기 전날부터는 기침이 조금씩 나더니, 목이 아파졌다. 열병의 마지막 단계였다. 보아하니 통증이 심해질 것 같아서 병원에 갔다. 열심히 다래끼는 자연치유로 이겨낸 듯했으나, 다른 곳에서도 염증이 올라오고야 말았다. 의사 선생님의 말투가 매우 상냥하면서도 구수했다. 선생님께 항생제 부작용으로 배탈이 심하게 나곤 한다고 하니, 선생님은 제일 약한 항생제로 그래도 챙겨주시며, 먹어보고 설사를 하고 배탈이 나면 그냥 항생제는 빼고 나머지 약을 먹으라고 하셨다. 부작용이 심하면 안 먹는 게 낫다고, 처방된 일수의 항생제를 다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한 선생님은 처음이었다. 아무튼, 약을 먹으니, 어제오늘은 완전히 멍하고 졸린 상태가 되어버렸다. 항생제뿐만 아니라 진해거담제 등 내가 부작용을 겪을 만한 약이 꽤 있었고, 오늘은 그 부작용에 잔뜩 시달린 날이다. 주경야독 아니고 주독야경. 낮에 공부하고, 밤에 일하려고 했건만, 오늘 낮 동안에는 도서관에서 잔뜩 졸며 책을 읽고 이것저것 들여다보다가 저녁이 되어 밥을 먹고 약을 챙겨 먹고 나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오늘은 깨끗이 포기하고 쉬어야지 하고 침대에 기대어 앉아 일기를 쓴다. 

왠지 모르겠는데, 최근에 두 번이나 꿈속에서 라자카포타를 시도했다. 실제론 내가 아직 하지 못하는 아사나지만, 오늘의 꿈에서는 엄청나게 잘됐다. 완벽한 후굴로 발끝과 머리끝이 닿을 수 있었다. 목이 아픈 것과 연관이 있을까. 재밌는 연결들이 보인다. 몸의 왼쪽이 아픈 것도 그렇고. 해소해야 할 감정들이 터져 나오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엔 예기치 않게 어떤 기억이 떠올라 시원하게 소화가 되는 일이 있었다. 정말 실제로 소화가 됐다. 정말로. 가장 뜨거울 때 꼭 통과의례처럼 이렇게 아프게 비워내며 지난다. 그러고 나면 몸이 잠깐 많이 약해지긴 하지만, 그 후엔 새로운 것들이 느껴진다. 휴우 그래도 내년부터는 아프지 말고, 뜨거워지기 전에 미리미리 조금씩 식힐 수 있도록 해야지. 분명히 작년에도 그렇게 다짐했었는데 올해 마침 광주에 도착한 때가 그때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기후 위기로 여름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으니 더 걱정이다. 어찌 이 고된 계절들을 우리 헤쳐나갈까.. 내일은 방에서 일 많이 하고,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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