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9월 29, 2024
La druidesse de la générosité
금요일, 9월 20, 2024
목요일, 9월 19, 2024
월요일, 9월 16, 2024
목요일, 9월 12, 2024
So Ham.
언제 이 세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더 초연해질까. 원리와 방법을 이해해가고는 있지만 아직 과정에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식당 줄을 서 있었다. 귀여운 막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기특하고 현명하고 용감한 막내.
나도 더 용감하고 잔잔해지고 싶다. 나는 그런 소망을 가지고 있다. 여러가지를 해내고 여러가지를 보면서 하루를 보냈다. 유채님도 만났다. 먼 타국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더욱 반갑다. 함께 오늘 저녁까지의 순간을 나누었고 우리는 모두 완전히 지친 채로 집에 돌아왔다.
내일은 조금 더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한다. 조금 더 편안하고 따뜻하게 지내야지.
수요일, 9월 11, 2024
아름다운 빛깔의 날. 습기와 햇살이 많은 날의 색. 구름과 텅빈 하늘의 색. 들꽃의 색. 공원의 색. 고양이의 색.
옆집의 고양이와 아침에 빵을 사오는 길에 마주치곤 인사를 나누었다. 에펠탑 근처에서는 검은 고양이를 만나서 한참을 쓰다듬으며 놀았다. 항상 충만함을 주는 고양이. 사랑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고양이.
오늘은 명소를 찾아다니는 날이었다. 몽마르뜨 언덕은 여러번 가보았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몽마르뜨 뮤제에 갔다. 정원이 참 예쁘거든. 한참 앉아서 오랜만에 누아제뜨도 마시고 키슈도 먹고 사진도 찍으며 정원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쉴새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예쁘고 바쁜 것들을 마주했다. 추억이 계속해서 새로운 시간과 만나고 겹쳐진다. 한참을 즐겁다보면 나는 어느샌가 모든 에너지가 추욱 빠져 있다. 그럴 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지. 로저 이노의 노래와 아이들의 말소리 웃음소리 양치하는 소리와 겹쳐지고 나는 거의 잠에 들었다.
화요일, 9월 10, 2024
월요일, 9월 09, 2024
일요일, 9월 08, 2024
토요일, 9월 07, 2024
금요일, 9월 06, 2024
나머지 짐들을 싸고, 금방 우리는 집을 나섰다. 가타쯔무리에 들려 우동을 먹었다. 언제나의 나는 냉우동을 먹지만 오늘은 왠지 날이 흐리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서 찬면에 뜨거운 국물 조합으로 가케우동을 먹었다. 오늘따라 어찌나 맛있던지 우리는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다. 싹싹. 운이 좋게도 우리는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가타쯔무리 근처에 바로 지량이 좋아하는 로스팅 카페가 있다. 증가로커피공방. 지량은 원두와 따뜻한 커피 한잔을 샀다. 베리류의 산미가 그득한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공항으로 떠났다.
공항으로 가는 길 동안에 우리는 서로를 미리 그리워했다. 공항에는 금방 도착했다. 나는 짐을 부치고 지량과 잠시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서로를 계속 부둥켜 안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지량은 내가 없는 집을 정말 서운하게 여긴다. 그런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고 귀엽고 고맙다. 우리가 점점 시간이 갈 수록 곁에 있는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져 가는 것이 좋다. 서로가 곁에 있음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안다.
지량과 헤어지고 나는 탑승구로 향했고, 금방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노이즈캔슬링이 되는 이어폰을 귀에다가 꼽으니 편안했다. 가끔 나는 예전엔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이 기능에 감사하곤 한다. 종종 끝없는 소음에 지칠 때가 있는데 그것들로부터 조금은 떨어져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기하다. 없던 거리가 생긴다.
비행기 안에서는 할 것이 별로 없다. 좁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거나 비행기에 있는 게임을 한다. 나는 오색 크리스탈들이 무작위로 펼쳐져 있는 퍼즐판에서 같은 색의 크리스탈 세개를 일렬로 맞추는 고전 게임을 좋아한다. 이 비행기에서 기록된 최고 점수를 내가 갱신했다. 더 큰 점수를 내고 싶었지만 시간에 쫓기다가 끝나고 말았다.
난기류도 조금 만났다. 비행기를 타는 일은, 아니 어쩌면 사는 일은 내가 지금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일과도 같다. 그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라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생의 한 부분이다. 언제 어떻게 일어나도 사실 이상할 것은 없는. 나는 난기류를 만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죽음의 순간을 상상한다. 언젠가는 두려워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 두렵지 않다.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두렵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생에서 마주하는 다른 모든 일들과 다를 것이 없는 하나의 일. 무엇이 좋고 나쁘다고 여기지 않아도 되는. 그냥 낮과 밤 같은 것. 음과 양.
이런 생각을 하면서 비행기 안에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기를 쓴다. 9530m의 고도에서 쓰는 일기다. 이번에 여행을 하는 동안 매일 그날의 일기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여행이 끝난 후에 다시 읽어보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곧 하노이에 도착한다. 하노이에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탄다. 내일부턴 파리에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