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9월 08, 2024

기분 좋게 일어나 흐린 아침의 하늘을 맞았다. 깨고 나서도 조금 더 누워있었다. 그러고보니 어딘가를 가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기위해서 벌떡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아주 달콤하네. 

아침으로 맛있는 빵오쇼콜라를 먹고 싶어서 지도를 살펴보다가 기대가 되는 빵집 하나를 발견했다. 인기가 많은 빵집이었다. 사랑스러운 빠띠셰가 사람들을 맞이했다. 나는 빵오쇼콜라 하나와 카페 알롱제를 주문했다. 사랑스러운 빠띠셰는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c’est moi라고 연신 대답했다. De rien 대신 쓸 수 있는 말인데 그 표현은 내게 익숙한 표현이 아니었다. 

Merci. 
C’est moi.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내가 그걸 하는 일이 당연해’ 혹은 ‘(그런 일을 하는게) 그게 바로 나야’ 하는 뜻이 아닐까 하고 넘겨 짚어보았다. 나도 이제부터 이 표현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파리에 있는 준호랑 메시지를 주고 받다가 그 이야길 했는데 준호는 그게 ‘내가 할 말이야’ 같은 뜻이라고 했다. 

Pardon. 
C’est moi. 

이렇게도 쓸 수 있다고 했다. 누군가 죄송하다고 해도 ‘내가 죄송해요’하고 말하는 것이다.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고마워.’ 사소한 말들에서 세상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카페인과 달콤함으로 인해 들뜬 마음으로 거닐다 작은 공원에 들러 햇살 아래에 앉아 있었다. 




미래언니를 만났다. 막세이에서 함께였던 우리는 오늘 파리에서 서로를 만났다. 언니가 참여하고 있는 재불한인작가들의 전시도 보고 같이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셨다. 들른 카페에선 내가 정말 예전에 아주 잠깐 알았던 사람을 마주쳤다. 미래언니와 아는 사이였는데, 심지어 오늘 내가 본 전시에도 그의 작품이 있었다고 했다. 아주 잊은 누군가였는데, 이름과 얼굴을 보자마자 알았다. 너무 신기하고 반가운 잠시였다. 그는 날 기억하지 못했다. 그것도 그 나름대로 좋았다. 시간이 얼굴에 보였는데 그게 멋졌다. 

그러고보니 오늘 미래언니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미래언니의 얼굴을 가까이서 들여다보았다. 언니의 말과 생각들 언니의 시간들이 얼굴에 들어 있었다. 그래서 언니의 말하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계속 언니의 얼굴을 쳐다보게 되었다. 

언니랑 헤어지고는 오늘 오후 일정으로 생각해둔 한 요가원의 사운드 배스 세션을 예약했다.



집에서 잠시 쉬다가 나오니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요가원에 도착했고 아주 차분하고 평온한 분위기의 공간에 들어섰다. 나는 바로 안도했다. 세션 시작 전에 오라클카드 하나를 뽑았다. 

나는 나 스스로를 버리거나,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만큼 나 자신을 사랑한다. 나는 다른 이들의 사랑을 느끼고 환영한다.

나는 이미 충만함을 느끼며 자리에 누웠다. 머리에 수많은 말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 모든 것들도 이제는 그저 지나가도록 내버려둘 수 있다. 계속 지나가는 말들과 두근거리는 머리. 각각의 차크라를 정돈해주는 싱잉볼의 진동을 지날 때마다 내 머리속 말들이 조금씩 고요해지고, 떠오르는 문장들보다도 현재의 진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머리가 고요해지고 가슴이 고요해지고 배가 고요해지고 다리가 고요해졌다. 내 상승하는 에너지가 조금씩 균형을 잡았다. 얼마전 희수작가님이 우리집에 와서 해주셨던 레이키가 생각났다. 물처럼 흐늘거리는 형태로 존재하는 내 오라가 잔잔하고 균형을 잡아가는 그 과정을 다시 오늘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세션의 마지막즘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내 몸의 에너지가 고요하게 정렬하는 과정을 물리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정말 깨끗하고 맑아진 몸을 느낄 수 있었다. 가볍고 행복하게 밖으로 나왔는데 회색 고양이가 정원에 앉아있었다. 너무 사랑스러워 잠시 인사를 나누었다.

밖으로 나와 république 광장을 지나는데 모든 것들이 사랑과 충만으로 가득한 것 같았다. 비는 그쳐있었다. 모든 것이 씻겨내려간듯 시원하고 가벼웠다. 사실 레퓌블리크 광장을 지나갈 때면 여러가지 감정이 든다. 어쩔 땐 투지가 느껴지는데, 가장 큰 것은 두려움이다. 길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좀 있다. 거기에 대해서라면 여러가지 두려움이 있다. 세션을 끝내고 나오는 길에 여전히 누워있는 누군가를 보며 나는 이전에 느꼈던 불안과 두려움 대신 사랑을 느꼈다. 그 누구도 버리지 않는 사랑. 어디에 있어도 어떤 형태로 있어도 우리는 사랑 그 자체야.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느꼈다. 그들도 내가 지나갈 때 사랑을 느끼길 바랐다. 모두가 안도를 느끼길 바라며 내 충만한 마음을 더욱 부풀렸다. C’est m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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