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다가 다시 외출을 했다. 빈티지샵에도 갔다가 차도 한 잔 마셨다. 아무래도 근데 너무 릴랙싱이 되는 차를 마신 것 같았다. 안그래도 날씨처럼 추욱 쳐지는 날이었는데 내 에너지는 더 땅으로 낮게 가라앉은 것 같았다. 혹은 어제 너무나 큰 상승을 경험했기 때문인 걸까. 내가 왜 이럴까 생각을 하다가, 다시 돌아와 그냥 내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상기해냈다. 힘이 없고 말이 잘 안나오면 뭐 어때. 오늘은 그런 날인거지. 그런 내가 나는 가끔 창피하다. 어제 뽑은 오라클을 생각했다. 나는 나 자신을 버리지 않을만큼 나를 사랑한다.
어제 뽑은 오라클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걸 사려고 좀 오늘 고생을 해버렸다. 왠지 모르게 예상했던 상황이긴 했다. 헤매임과 피로, 창피함, 두려움 등을 느끼기 위한 또 다른 간단한 수행이었으리라.
내가 6년 전 처음으로 타로덱을 산 곳이 파리에 있다. 그 가게를 오랜만에 찾아 갔는데, 가게가 정리 중이었다. 오라클은 물론 사지 못했지만 그곳이 사라지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이미 나는 피로했지만 왠지 모를 오기가 생겨, 더 먼 동네로 신비한 책들과 크리스털을 판매하는 상점엘 갔는데 거기서도 내가 원하는 오라클을 찾진 못했다. 그리고 그곳에선 아주 약간 기분이 이상해지는 상황이 하나 있었다.
가게를 나와서 그 일이 머릿 속을 떠나질 않았다. 오늘은 이상한 날이었다. 오랜만에 반복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래도 오라클은 금방 그 근처에 있던 프낙에서 살 수 있었다. 나는 그 오라클을 발견하고는 정말 감사하다고 입밖으로 소리를 내서 인사했다. 마음을 다하여서 말이다. 이미 다리도 너무 아프고 너무 지쳐있었다.
밥을 먹으러 이제 또 다시 머나먼 우리 동네쪽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옆동네에 도착했는데 내 숙소가 있는 동네와는 또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았다. 오늘 나의 상태가 모든 사소한 부분들을 극대화하여 받아들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근방에 꽤 유명한 공원이 있어서 홀로 길을 가는데 너무 길도 휑하고 날씨도 별로여서 그런지 가슴을 졸였다. 길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은 거의 이민자들이고 남성이었다. 나는 괜히 무서워서 공원에 들어가지 못했다. 공원을 들어서는 문 앞에도 가는 길도 왠지 다 두려웠다. 나는 두려움을 한참 마주하다가 숙소가 있는 동네쪽으로 가기로 했다. 무섭지 않은 길로. 그러면서 나는 다시 한번 어제의 오라클을 떠올렸다.
자기 존재감. 다른 사람의 사랑 혹은 미움으로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나 자체로 존재하며,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떠올렸다. 내가 마주했던 두려움들을 다시 들여다보니 그것은 그들이 나와 다르다는 생각으로부터 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들이 슬프고 그런 생각으로 인해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슬펐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과도 같다. 나는 길을 걸어가며 내가 그들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다. 그는 나다. 그들은 나다. 나는 그들이다. 나는 그들이다.
이 세상을 진정 나의 거울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 상태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다. 온전한 그 상태에. 모든 두려움을 벗고 자유로이 말하고 자유로이 존재하는 상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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