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9월 06, 2024

일어나 사과 하나를 지량과 나누어먹었다. 귀여운 곰돌이 밤꿀도 맛을 보았는데 너무 맛있었다. 아주 살짝 쌉싸름하면서 달콤하고 진한 맛이 좋았다. 아까워서 못먹겠는 그런 꿀이다.









나머지 짐들을 싸고, 금방 우리는 집을 나섰다. 가타쯔무리에 들려 우동을 먹었다. 언제나의 나는 냉우동을 먹지만 오늘은 왠지 날이 흐리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서 찬면에 뜨거운 국물 조합으로 가케우동을 먹었다. 오늘따라 어찌나 맛있던지 우리는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다. 싹싹. 운이 좋게도 우리는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가타쯔무리 근처에 바로 지량이 좋아하는 로스팅 카페가 있다. 증가로커피공방. 지량은 원두와 따뜻한 커피 한잔을 샀다. 베리류의 산미가 그득한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공항으로 떠났다.

공항으로 가는 길 동안에 우리는 서로를 미리 그리워했다. 공항에는 금방 도착했다. 나는 짐을 부치고 지량과 잠시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서로를 계속 부둥켜 안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지량은 내가 없는 집을 정말 서운하게 여긴다. 그런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고 귀엽고 고맙다. 우리가 점점 시간이 갈 수록 곁에 있는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져 가는 것이 좋다. 서로가 곁에 있음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안다.

지량과 헤어지고 나는 탑승구로 향했고, 금방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노이즈캔슬링이 되는 이어폰을 귀에다가 꼽으니 편안했다. 가끔 나는 예전엔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이 기능에 감사하곤 한다. 종종 끝없는 소음에 지칠 때가 있는데 그것들로부터 조금은 떨어져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기하다. 없던 거리가 생긴다.



















비행기 안에서는 할 것이 별로 없다. 좁은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거나 비행기에 있는 게임을 한다. 나는 오색 크리스탈들이 무작위로 펼쳐져 있는 퍼즐판에서 같은 색의 크리스탈 세개를 일렬로 맞추는 고전 게임을 좋아한다. 이 비행기에서 기록된 최고 점수를 내가 갱신했다. 더 큰 점수를 내고 싶었지만 시간에 쫓기다가 끝나고 말았다.











난기류도 조금 만났다. 비행기를 타는 일은, 아니 어쩌면 사는 일은 내가 지금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일과도 같다. 그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라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생의 한 부분이다. 언제 어떻게 일어나도 사실 이상할 것은 없는. 나는 난기류를 만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죽음의 순간을 상상한다. 언젠가는 두려워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 두렵지 않다.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두렵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생에서 마주하는 다른 모든 일들과 다를 것이 없는 하나의 일. 무엇이 좋고 나쁘다고 여기지 않아도 되는. 그냥 낮과 밤 같은 것. 음과 양.










이런 생각을 하면서 비행기 안에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기를 쓴다. 9530m의 고도에서 쓰는 일기다. 이번에 여행을 하는 동안 매일 그날의 일기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여행이 끝난 후에 다시 읽어보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곧 하노이에 도착한다. 하노이에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탄다. 내일부턴 파리에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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