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우리 미자 생일 축하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끓여 놓은 미역국을 한 그릇 엄마에게 퍼주고, 케익에 촛불을 켜고 생일을 축하했다. 오직 건강하기를 우리 엄마. 사랑해요.
엄마는 밥을 먹고 바로 출근을 했다. 우리는 식사를 마저 했고, 계속해서 병아리를 살폈다. 새벽부터 엄마랑 아빠는 병아리를 보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병아리 셋 중의 하나가 세상을 떠났다. 사실 많이 힘이 없어 보이던 한 명이었다. 그리고 간밤에 아이들 삐악삐악 소리가 너무나 컸는데 무슨 일은 아니겠지 하고 그냥 잠에 들었는데, 혹시 우리를 계속 불렀던 걸까? 너무 미안하다. 너무 추웠나 보다. 양주 집은 아직도 너무 춥다. 다들 옷을 두껍게 입고 있어야 할 정도로 냉기가 가득한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갓 태어난 병아리들은 30도가 넘는 온도 속에서 지내야 한다고 했다. 엄마 닭 품속은 41도라고 한다. 정말 뜨겁다. 약간 회색빛의 털을 가진 병아리가 물그릇에 빠졌는지 몸이 푹 젖어 있었다. 제일 활발한 아이였는데, 너무 비실비실하고 있어서 걱정이 되었다. 난로 앞에 병아리들을 두었다. 스티로폼 박스에서 꺼내 폭신한 담요에 아이들을 올려주고 따뜻한 난로 앞에다 두니 난로 앞으로 계속 걸어가 서 있었다. 온기가 너무나 필요했나 보다. 우리는 계속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밥그릇이랑 물그릇도 담요에 놓아주고, 삶은 달걀노른자를 부숴서 놓아주었다. 그래도 되나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달걀 속에서 병아리들이 자라날 때 양분으로 섭취하는 것이 노른자 부분이라고 하니 말이 된다. 실제로 노른자를 먹이는 것은 정석적인 방식이라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따뜻하게 두니 점차 아이들은 안정을 찾아갔다. 밥도 잘 먹고 물도 잘 먹었다. 너무 다행이야.
우리도 한시름 놓고 밥도 먹고 생일 케익도 먹었다. 평소와 다르게 아침 일찍 일어난 탓에 밥을 먹고 나니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밀려왔다. 오지랑 나는 다시 한숨 잤다. 꿈도 열심히 꿨다. 잠이 계속 밀려왔지만, 집에 가야 하기에 일어나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집에 가져갈 음식들을 챙기고, 병아리들 자리를 잘 만들어주고 나왔다. 고양이가 있을까 ? 현관을 나와서 고양이를 불렀다. 없는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는데 고양이를 발견했다. 너무 귀엽고 예쁜 자세로 앉아있었다. 보자마자 반가워 다가가니 야옹야옹. 나무 기둥을 스크래쳐 삼아 열심히 긁으며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마을버스를 탈 시간을 염두에 두고 나온 탓에 고양이랑 더 놀아주지 못해서 너무 슬펐다. 고양이는 여전히 건강하고 귀엽고 우리를 좋아했다. 지난번 아빠 생일 때는 얼굴도 못 봤는데, 오늘은 우리에게 인사를 하러 온 것인지. 또 올게. 귀여운 털북숭이 친구들을 보니 우리 고양이들이 더욱 보고 싶어졌다.
저녁에 오기로 한 손님이 있어서 바닥을 쓸고 얼른 밥을 챙겨 먹었다. 우리 까미유를 구조해주고, 돌보아주신 너무나도 고마운 이웃 두 명이 가끔 미유를 보러 우리 집에 놀러 온다. 그새 훌쩍 자라난 미유를 보고 모두 기함을 질렀다. 무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우리 까미유.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자라나고 있다. 우리도 매일같이 놀란다. 우리는 함께 미셸, 미유를 열심히 놀아주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고양이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두시간이 훌쩍 넘어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했다. 우리 미유는 또 많이 커져 있을 거예요. 우리 미셸은 늘 그렇듯 점잖고, 귀엽고, 조용합니다.
집안일을 조금 하고, 우리는 너무나 피곤하여 일찍 자리에 누웠다. 미셸이 너무나 사랑하는 내 따뜻하고 부드러운 겨울 이불을 아직 덮는다. 요즘 날씨가 다시 추워져서 이 이불이 딱 맞긴 하지만, 사실 미셸이 너무 좋아해서 집어넣질 못하고 있기도 하다. 이불을 덮고 앉아 일기를 쓰고 있다. 우리 미셸은 온종일 약간 거리 두기를 하더니 밥을 먹고 이제야 내 다리 위에 올라왔다. 우리가 늦게 와서 조금 기분이 안 좋았던 걸까? 오지는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미셸이 조금은 삐진 것 같기도 했다. 미안해 미셸. 사랑해 미셸. 그래도 내 다리 위에 올라와서 잠을 자고 있으니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사랑하는 우리 미셸. 오늘은 종일 미자 돌림의 우리 가족을 위한 날인가 봐.
우리 미자. 우리 미셸. 우리 미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