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에 왔다. 내일이 엄마 생일이라 미역국도 끓여주고 같이 케익도 먹으려고 오지와 함께 왔다. 양주를 오는 길은 언제나 그렇듯 피곤하고 멀고 복잡하다. 의정부역에 내려서 아빠 생일 때도 샀던 케익집에서 케익을 샀다.
우리 엄마가 벌써 57살이라구 ? 믿어지지 않는다 사실. 우리 엄마 안 아프게 해주세요. 건강하게 행복하게 우리 가족 모두 잘 살고 싶어요. 이 세상의 모든 신에게 기도하는 말.
사실 지금 잠들려고 했지만 일기를 쓰지 않은 것이 생각나 졸린 눈을 하고 가까스로 글을 쓰고 있다. 어제는 술에 취해있었고 오늘은 잠에 취해있다. 취한 채로 쓰는 일기들. 사실 어제는 일기 말고도 카톡이랑 인스타에서도 내가 술 냄새를 풍겼던 것 같다. 정상적이지만 쓸데없이 이상하게 정상적인 말들을 늘어놓았다. 일어나서 창피했다. 나 몰라라 하는 중이다. 오지는 내가 한 모든 말이 취해 보였다고 한다. 휴. 쓰려고 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쓰고 말았다.
다시 양주. 집에 오니 엄마가 준비해놓은 저녁 식사를 바로 할 수 있었다. 밥을 다 먹어가던 중에 집 안에서 들리는 병아리 소리를 인지했다. 가보니 거실에 스티로폼 박스에 너무나 귀엽고 작은 병아리 3명이 있었다. 여기서 닭이 낳는 달걀을 부화 시켜 나온 병아리들이다. 엄마는 너무 행복해했다. 고양이가 좋으냐 병아리가 좋으냐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병아리라고 대답을 했다. 우리는 병아리를 보자마자 어릴 적 기르던 병아리들을 떠올렸다. 졸졸 쫓아오던 병아리들. 어렸을 때는 꽤 흔한 일이었다. 학교 앞에서 박스에 넣어진 채로 팔리던 병아리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고 가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지. 휴
식사를 마치곤 미리 미역국을 끓였다. 엄마가 소고기를 넣고 끓이고 싶어 해서 나는 정말 너무나 오랜만에 고기를 손질했다. 그 살덩어리의 핏물을 닦아내며 나는 기도를 했다. 적어도. 그리곤 백인분은 될 것 같은 양의 미역국을 만들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 출근하기 전에 함께 식사한다. 모두가 자고 있다. 늦은 밤 나 혼자 양주에서의 반나절을 기록한다. 너무 졸린 탓에 사실 오늘은 정말 정말 의무적으로 일기를 썼다. 이런 식으로 일기를 마무리 짓던 일이 많았던 것 같은데 오랜만이다. 그리고 나는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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