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4월 25, 2021

매일같이 일기를 쓰기로 다시 다짐했다.

어제와 오늘은 평소보다 좀 일찍 일어났다. 이런 저런 처방들의 효과가 나타나는 걸까? 열두시가 넘을 때까지 눈뜨기가 힘들고 몸을 일으키기가 힘들었는데 이번주는 조금 더 쉬워진 것 같다. 일어나서 약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다리가 아플까봐 정맥순환에 좋은 약도 오랜만에 챙겨먹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다리가 많이 뻐근하고 아플 것 같다. 약을 꾸준히 먹어봐야겠다. 점점 먹는 약이 많아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 수록 약을 더 많이 먹게 되는 걸까. 우리 엄마만 봐도 말이다. 나도 그렇게 될까? 지금도 이미 이렇게 피곤한데 그 많은 것들을 챙겨먹을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프다.

마이클 식당은 오늘도 바빴다.
다시 일일 확진자수가 많이 늘었지만, 날씨도 좋아졌고, 어느 정도 일상을 회복했으니 사람들이 예전처럼 집에만 머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다들 많이들 나와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친구들을 만난다. 나만 봐도 4월 들어 외출이 정말 잦았다. 친구들도 꽤 많이 만난 것 같다. 어제도 오늘도 좀 바빠서 힘들고 지쳤다. 집에 가는 길에는 조금이라도 힘을 내려고 씨앗호떡을 사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콩고물을 묻혀주는 가게. 오지에게 줄 씨앗호떡과 꽈배기도 샀다. 주인 아저씨는 내가 고맙다고 하니까 자기가 고맙다고 하면서 웃어주었고 떠날 때도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라며 인사해주셨다. 참 그 가게는 주인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좋다. 그래서 그곳이 좋아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콩고물이 가장 큰 매력이긴하다.

저녁엔 갑자기 전에 당근마켓에서 옷을 사겠다고 연락을 주고 받았던 어떤 사람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오늘 사천교에 오겠다고 했다. 8시에 약속을 잡았다.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는 길에 오지에게 그 사람에게 팔 옷을 찾아달라고 미리 부탁했는데 참 싫어하는 눈치였다. 그러고 집에 와서도 나는 옷도 너무 더럽고 피곤하니 장롱 위에서 옷 좀 꺼내달라고 부탁했는데 동생도 피곤한 하루를 보낸터라 짜증을 부렸다. 그 반응에 순간 너무 짜증이 났다. 그래서 물론 나도 짜증을 냈다. 그게 그렇게까지 화가 날 일이냐고. 그게 그렇게까지 짜증이 날 일이냐고. 그 말들이 오지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결국엔 내가 다른 곳에 두었던 옷들을 찾아냈고 들고 나갔다. 나오자 오지는 내게 카톡으로 할 말을 보냈다. 나는 기분이 안좋아도 할 말이 없다. 내 말이 맞는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사천교까지 걸어가는 길이 많이 고통스러웠다. 몸도 아프고 피곤했고… 짜증을 내던 그 에너지가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아마 그 어둠 자체였을 것이다. 그래서 성수슈퍼의 깡패가 날 피했던 것일까? 평소같으면 내게 먼저 아는 척을 하고 내 다리를 빙그르르 돌며 애교를 부렸을 텐데 내가 아는 척하면서 손을 뻗자 깡패는 도망갔다. 순간 나는 직감적으로 그게 나의 이 어두운 오라때문인 것 같았다. 그런 적이 없는 깡팬데 말이다. 가는 내내 나는 죽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왜 사는 지는 더이상 묻지 않는다. 하지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자주 한다. 그러다가 든 생각은 정말로 그건 안좋은 생각일까? 자살을 하는 영혼은 다음 생에도 또 자살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로 그러면 내 영혼은 구제받지 못하고 계속 자살만 하게 될까? 그 구렁 속에 빠질까? 그런데 억울하다. 이미 생이 지옥이기에 떠난 사람들이 다시 또 지옥을 겪어야 하는 것이 말이 되는걸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떠나간 친구들이 떠오른다. 고통에 사로잡혀 있었을 그 마음이 안쓰럽고 불쌍해. 그냥 무조건 행복했으면 좋겠어. 더이상 힘든 것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들을 떠올릴 때면 카르마라는 것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윤회라는 것도. 그냥 죽으면 아무 것도 없는 ‘무’의 상태였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우리가 지옥처럼 느끼는 생의 부분들도 모두 카르마로 인해 겪는 경험이겠지.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가끔 아니 자주 내 말과 생각들에는 어폐가 있다. 그리고 나는 무의식적으로도 의식적으로도 우리 모두의 카르마와 겹겹이 쌓인 생들을 느끼고 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런 모든게 없다고 해도 서운할 일도 전혀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런 생각을 게속 하다가 사천교에 도착했다. 사천교에 도착하기 전에 나는 오지에게 내가 잘못했다는 말만 짧게 보냈다.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서 옷을 전달해주고 아주 느린 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일기를 쓰기까지는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다. 집에 들어와서 씻고 밥을 먹을 생각이 없었는데 오지가 달래장을 만들었다기에 집에 쌓인 저 야채들을 다 먹어야할 것 같아서 밥을 먹었다. 시금치된장국도 먹었고 파프리카와 가지를 가볍게 볶아서 달래장과 함께 비벼먹었다. 밥을 다 먹고 오지가 사온 마카롱도 먹었다. 참 맛있더라. 초코 마카롱 하나는 내일 먹으려고 남겨두었다. 오늘 이상하게 배가 계속 부른 것 같다. 그러고 앉아서 까미유랑 같이 멍 좀 때리고.. 약도 챙겨먹고. 일기를 쓰겠다고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기는 했는데, 오랫동안 뭘 한 것은 없었다. 인터넷으로 이런 저런 잡다한 이야기들을 홀린듯이 둘러보았다. 소향의 보컬이 전세계 보컬커뮤니티를 장악했다는 이야기를 보고는 참 관심도 없었지만 소향의 노래를 들었다. 막상 보고나니 너무나 놀랍고 신기했다. 그 노래는 내가 어렸을 적에 많이 불렀던 노랜데, 내가 그 때 그렇게 밥도 안먹고 노래를 했던 시절부터 주욱 노래를 했다면 나도 그런 실력을 갖게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오랜만에 그 시절을 생각했고, 지금 이렇게 그 시간을 짧게나마 일기로 쓰니까 그 지나온 시간이 참 길게 느껴진다. 내가 너무나 많이 변한 것 같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너무나 다른 삶. 나는 밝았지만 시궁창같았던 삶. 이제 삶이 시궁창같지는 않지만 내가 어둡다. 무엇이 더 낫지? 또 이런 쓸데 없는 생각 ㅎ 결국엔 이 고리가 하나라도 없으면 내가 안되는 구조인가. 아무튼.. 그것들을 다 보고 나서 겨우 일기쓰기를 시작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연결하는데 애를 좀 먹다가 결국 그냥 포기하고 맥북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놓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Rock bottom riser. 지금까지 제목이 rock bottom river인줄 알고 있었는데 riser였네. 아무 것도 쓸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길게 쓰고 있다. 오늘 나의 주파수는 이 음악인가보다. 매일같이 이렇게 일기를 쓴다면 참 좋겠네.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이상하게 참 하루가 길었다는 생각이 드네. 한 것 없이 지나간 하루에도 수많은 회상이 수많은 괴로움이 있었네. 즐거움은 무엇이었지. 까미유와 미셸. 흠 아무 생각없이 온 몸으로 따스하고 깨끗한 햇빛을 듬 뿍 ! 받고 싶다. 그러면 정말이지 너무 너무 너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