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6 회문수의 날에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거울의 날.
우주적 태풍의 날.
지난 명상의 날에 내 안에 남아있는 두려움들을 꺼내는 작업을 했던 것을 생각한다. 아마 그날을 기점으로, 여러 가지 두려움의 형태들이 계속 올라온 것 같다. 슬픈 꿈을 몇 차례 꾸었고, 내가 살피지 않은 몸에서 자란 것들을 발견했고, 오랜만에 숨이 쉬어지지 않을 것 같은 큰 공포를 느꼈고. 사실 너무 슬펐는데, 지난주가 거의 끝나갈 때쯤에는 다행이라고 느꼈다. 내게 남아있는 두려움들을 마주하려는 이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아마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아니라면 더 더 더 커졌을 것들. 두려움이든 혹이든 무엇이든. 그리고, 거울의 날에, 그 모든 두려움의 끝에 있는 하나 - 그것을 보았다.
실은 이미 꿈에서 너무 많이 마주했던 것. 꿈속에서 아무리 울었어도, 더 남아있던 것. 태풍 불어서 내 안에 있는 두렴들이 먼지와 함께 떠올라 밖으로 나와 휘-휘 흩어지는 날. 어지럽게 만드는 날. 거울의 날, 눈물의 계기는 오지의 한마디였지만, 아마 그것이 아니었어도, 어떤 일로든 다가왔겠지. 정말 오랜만에 든 생각이었는데 이건 정말-내 마음이 너무 모자란 거야- 하는 마음. 그것이 너무 미워서 계속 그 모자람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다시 울다가, 이게 왜 그렇게 미울까, 이게 왜 이렇게나 슬프고, 왜 이렇게나 계속 눈물이 나는 걸까 - 생각을 하다가요. 그치, 나 결국엔 사랑받지 못할까 봐 그런 거잖아. 휴 정말 허무하고 유치해. 근데 그 끝에 있는 것이 그거야. 어쩌겠어, 내가 마주한 모든 두려움의 끝은 그것 하나야.
즐겁고 시끄럽고 웃긴 축제의 한 가운데서도 올라오던 서러움이 있었는데 ㅎ 아마 그 서러움도 축제의 일부였던 것 같다. 축제엔 서러움도 있어야 하나 봐. 그 가운데서 다 털어내야 하는 것. 우주적 태풍. 어제 그렇게 하루 종일 거울을 보니까 또 가벼워졌어. 신기해. 그렇게 매일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
내 사랑이 어느 밤에 했던 말이 생각나. 두렴으로 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나는 눈물이 났어. 아마 그런 순수한 바람과 동시에 내게 있는 두렴을 마주했기 때문이었을지도. 그리곤, 아주 굳은 다짐을 했던 것도 그래. 그건 정말 당신을 위한 다짐이긴 했지만, 그 중 조금은 나를 위한 다짐이기도, 나의 바람이기도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이제야 해. 그래서 당신은 나구나.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