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8월 25, 2022

8월을 통과하며

월초에 읽었던 8월의 별자리 운세를 다시 찾아가 읽었다. 온 길을 돌아볼 때에, 지나간 별자리 운세를 함께 보면 재밌다.

당신은 큰 힘에 지켜지고 있습니다.

크게 위로가 되는 아오이시 히카리의 마지막 문장. 

피로와 불안으로 가득찬 하루를 늘어놓았다가 - 다 지웠다. 지량에게 피리를 찾아주려고 짐들을 들추다가 예전에 쓰던 작은 메모장 뭉치들을 발견해서 꺼내놓았다. 2017년에 쓴 것 같은 한 메모장을 열었다가, 무슨 말인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쓰여있어 몇번을 다시 읽었다. 나 자신이 아닌 것 같아 놀라워. 끔찍할 정도로 괴로운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던 때인 것 같다. 그걸 읽다가 지금 일기를 쓰는 이 창을 보니, 내가 오늘 하루 동안 느낀 작은 불안과 신경질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서 갑자기 다 지웠다. 다시 돌아보니 내 하루는 솜털처럼 부드러웠네. 사랑으로 가득한 목소리들과 귀여운 고양이들의 털이 나를 감쌌고 말이야. 그리고 다행히 잠이 쏟아지고. 

잘 잘거야. 

지금은 그 때처럼 정반합을 생각하지 않지만, 내 삶에 정반합이 있다면 - 행복과 사랑으로의 정반합일거야. 더 큰 행복과 더 큰 사랑을 배우기 위해 지나와야 했던 그 반대에 있는 에너지들. 가여운 뭉치들. 그것들조차 사랑으로 다시 안아줄게. 

월요일, 8월 22, 2022

자다가 잠깐 깼어. 화장실에 다녀오고 고양이들 밥을 줬다. 사랑스러운 내 미셸 바로 그릇 앞으로 달려와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제 자리에 가서 잔다. 행복해. 행복은 반복의 욕구다. 

잠시 맑았다가 이내 곧 본래의 리듬대로 돌아가는 몸. 다시 잠이 막 쏟아지는데 그 사이에 잠깐 남기는 행복. 내 사랑을 떠올리고 느끼며 너무 너무 신나.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고 포근한 우리의 포옹을 다시 느끼며.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모든 순간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어. 그것이 인간의 역사를 지속해온 힘이 아닐까.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그것이 이미 반복의 욕구가 아닐까.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려는 욕구도 사실은 반복의 욕구일 수도 있잖아. 산책. 더 긴 산책. 더 먼 길을 도는 산책. 테레자는 인간의 사랑이 행복할 수 없다고, 인간의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 삶의 모습도 언제나 원형을 그리고 있었던거야. 가벼운 것이 무거운 것이 되고 무거운 것이 가벼운 것이 되는 순간. 양쪽의 가치가 순식간에 전복되어도 실은 아무 관계가 없는. 원 안에서는. 오늘에서야 새롭게 이해가 되었어. 카레닌의 미소가 토마시와 테레자의 미소였네 ! 

화요일, 8월 16, 2022

내가 좋아하는 문학적 구성법 - 수미상관

수미상관의 구조에 대해 쓴 메모를 하나 발견했다.

'모두의 사랑을 받고 태어난 나는 모두의 사랑을 받으며 죽을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주문에 가까운 일기다. 그리고 그 중간에 지옥은 짧았으면 하는 소망과, 조금씩 더 천국으로 가까워졌으면 하는 소망. 세상에 천국은 없더라도 '거의' 천국인 곳은 존재하니까, '거의' 천국인 곳으로 계속 가까워질 것이라는 깨달음이자 다짐을 써놓았는데, '거의' 천국이라는 개념이 넘 웃기네.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아마) 우리가 사는 동안에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아름답고 평안한 천국을 만들어가고, 사랑하는 친구들도 초대해서, 그 천국의 것들을 나누고 즐기며 살거야. 아직 (아마)라는 부사를 완전히 빼지는 못하는 나의 소심함이 있지만, 이것도 금방 사라질 것을 알아. 지난 모든 것들이 그랬거든. 모든 불안과 불확실함들이 결국에는 평안과 사랑으로 선명한 그림으로 전환되어 나타나는 기적을 경험하고 있거든. 기적을 너무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냐고 ? 사실 기적이란 것은 자연스러운 전환일지도.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야. 자연이 기적이거든 ~ ~ 

일요일, 8월 14, 2022

And now these three remain: faith, hope and love. But the greatest of these is love.

목요일, 8월 11, 2022

포근

자기 자신의 몸 자체만으로 포근하고, 따뜻함을 느끼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팔라스 고양이 영상들을 보고왔다. 나무에 올라가 나무껍질의 색깔과 같은 자신의 몸을 한껏 둥글게 웅크리고 낮잠을 자는 모습이라니. 정말 정말 하나도 안추워보였다. 영상들을 좀 보고나니 곰이 낮잠자는 영상이 추천으로 떴다. 햇살이 드리워진 모래 위에 몸을 옆으로 뉘어 웅크리고 잠을 자는듯 하다가 몸을 이리저리 굴려 모래를 묻히고 일광욕을 하는 ~ ~ 저 포근함. 

포근함은 무어지. 포근한 것은 바라만 보아도 이렇게 포근해지다니. 이건 엄청난 치유의 에너지네. 어릴 적에 북극곰 이미지를 열심히 저장하던게 기억났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포근함이었나봐 ! 아니 모든 사람들에게는 사실 포근함이 필요한거야. 포근 포근 ~ ~ 포근한 사랑. 포근한 사랑의 품. 포근한 품의 기억. 그것으로 살아. 

월요일, 8월 08, 2022

8월이 되었네. 축축한 날이 다시 이렇게 이어지다니. 하늘은 계속 번쩍 번쩍하는 중. 배탈도 더디게 낫고, 쉽게 피로해지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날이 흐려지자마자 기분도 같이 가라앉았다. 으 으 무거워. 사고의 전환도 느려. 머리가 띵 - . 커피를 마시면 좋겠다. 여러가지 이유로 커피를 먹지 않고 있는데 .. 오늘같은 날엔 커피를 먹고싶군. 그래서 지금 대신 따뜻한 우롱차를 연하게 마시고 있다. 

블로거에 일기를 쓰다 말아서 임시저장 되어있던 것이 네 개나 있었다. 7월이 끝나갈 때 쯤에는 너무 정신이 없었다. 모든 것이 아마 임시저장.. 임시저장되어 있는 것들이 쌓여 있으니 조급함과 불안이 올라온다. 쌓여있는 것들과는 상관없는 불안까지 ~ 너무 정신없어서 하루에 여러가지를 쌓고 몰아서 하다보니 탈이 난 것 같다. 그래야만 하는 것 같아서 그랬다. 그러다가 그래야만 하는 것들조차도 어쩔 수 없이 그만두고 쉬어야만 하는 상황이 오고마는..! 

이것도 임시저장이 되었다가 새벽이 되어 다시 찾아와 마무리를 짓는다. 달리느라 너무 뜨거워져 있던 것들을 어쩌면 다시 보아야하는 때인가. 계속 이 과정을 반복하는 건가봐. 말의 신성. 두려움마저 떠나가게 하는 양기. 그 뜨거움과 밝음으로 달리다가, 무한히 달릴 것처럼 달리다가.. 돌아온 길 한 번 돌아보아야 하는 시간이 찾아오고, 말발굽도 한 번 살펴봐주고, 재정비해주고. 물기 가득한 몸과 세상에 다시 빛을 ! 적당한 습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뜨거움과 건조함을. 휴우 그러나 매우 피로한 과정이로구나. 어떻게 하면 이 과정들이 조금 더 쉬워질까. ~ ~ 발굽 다치기 전에 미리 확인도 해주고, 뒤도 자주 돌아봐주고...! 아 그 말이 그 말이었구나. 계속 뒤를 돌아보면서 가야한다고..! 

뭔가 이런 숙제들을 생각하다가, 내 영혼의 나이를 해석해준 나기의 메시지가 떠올라 다시 읽어보았다. 계속 조금씩 조금씩 더 이해가 가. 그 시기가 지나면 또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보일까.

내 비어있는 루트센터가 많~~~~은 압박을 흡수하는 중. 마르세유에 있을 적이 떠오른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니, 내가 왜 그렇게까지 힘들게 고생하면서 지냈을까, 그러지 말 걸 ! 그랬거든. 답답하게 내 머리랑 몸을 계속 조이면서 지냈던 날들. 내가 지금 그 압박감을 느끼면서 그런 기운을 뿜어낼까봐 무서워하는 중이었어. 그래도 이젠 그러했던 시간을 돌이켜볼 수 있는 곳에 와있긴 한거네. 이미 달라져있어. 이미 다른 곳이야. 뒤를 돌아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