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누구라도 붙잡고 묻고 싶었나보다. 나는 너무 슬펐다. 카페에 들렀고, 책방에도 들러보았다. 오래간만에 간 카페 사장님은 날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그 카페를 처음 방문한 손님이 되어야만 했다. 사장님은 내가 고른 커피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해주셨고, 나는 그저 작게 웃으며 그의 설명에 따라 커피를 홀짝 마실 뿐이었다. 파이프를 피우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비를 조금 맞으며 파이프를 피웠다. 엄마에게 전화가 왔고, 엄마는 토끼가 우리에서 빠져나와 여기저기를 뛰놀며 자기가 좋아하는 풀들을 뜯어먹는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의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삶에 작은 즐거움과 작은 짜증을 준다.
그리고 금방 나는 그 자리를 떴다.
나는 어딘가에 머물러, 그 곳의 누군가와 어떤 재미난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오가는 그 대화 속에서 어쩌면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보았다. 그치만 그건 아주 웃긴 희망이었다. 그런 것은 바라면 안되는 것이다. 누구도, 무엇도 비난할 마음은 없지만 그런 것은 원래 희망한다고 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어쩌다가 우연히 주어지는 선물같은 것이고, 그것을 찾으러 갔을 때에는 없는 그런 것이다.
어제밤에 다시 내가 좋아하는 시가 생각이 나서 읽어보았다. 몇번을 소리내어 읽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커다란 코트로 나와 내 아우의 작은 코트 두개를 만들어 입는 것. 왜 나는 갑자기 그 시를 읽었지. 알았다! 어쩌면 이제는 정말 그저 제 때가 오면 밥을 챙겨먹고, 약을 챙겨먹고, 잠을 자고, 일어나는 일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삶은 계속 되어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정확히 그 이유는 잊었지만 말이다. 아니, 이유는 사라졌다. 이유란 것은 사라졌다가 또 나타났다가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확히 그 이유는 잊어버리고마는 그런 때가 오더라도 삶은 계속 되어야하는 것이다. 어떤 날에는 이유를 찾을 것이고, 어떤 날에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나의 우주가 커다랗고 둥근 원을 그린다는 사실(결코 나에게 불안을 주지 않을 것만 같던 법칙)보다 중요한 것은 그저 삶이 계속된다는 것이었다. 삶이 어떻게 이루어져있는지를 아는 것보다는 삶이 어쨌거나 저쨌거나 계속 이어진다는 것. 조금 전에 아주 발작적인, 그러나 그렇게 크지는 않은 행복을 느꼈는데, 그 순간에 나는 속으로 너에게 말해보았다. 지금 나의 목을 졸라달라고. 그런 때에 삶이 정지될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죽음일 것이라는 생각. 그렇지만 너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므로 나의 삶은 계속된다는 생각. 그런 생각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그런 식으로 삶은 계속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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