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1월 19, 2025

요가가기 전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요즘 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오늘은 퇴근 하기 직전에 너무 큰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휩싸여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무언가 여러가지가 한꺼번에 휘몰아치는 것 같아서 정신이 없었는데, 마치 그 흐름의 정상에 올라선 마냥 ! 
와구와구 친구들과 현님, 지량에게 쏟아내고 조금은 마음을 다듬고 요가원에 갔다. 
만뜨라를 함께 외고, 오늘은 우리 몸통 안의 에너지 통로, 수슘나를 느끼며 그 통로를 통해 호흡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마음이 많이 움직였던 날이라 유난히 더 호흡 중간 중간 여러 생각과 감정이 떠올랐다. 다시 수슘나를 마음으로 그리며 호흡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깊이 집중하며 몸을 열었다. 평소 하던 아사나들도 더욱 깊게 할 수 있었다. 몸을 더 열기로 마음을 먹고, 용기를 내기 시작하니 더 깊은  아사나가 가능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요즘 그런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특히 더욱 그 집중이 가능한 것 같았다. 수련을 시작하면서는 마음이 이리저리 많이 움직였지만, 점점 아사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더 깊게 비틀고, 더 활짝 열고.. 모든 동작들을 마치고 사바아사나로 누웠다. 무거운 담요를 몸에 덮고 포근함과 안전함, 무거움을 느끼며 몸을 추욱 바닥에 가라앉혔다. 바닥에 닿아있는 내 몸을 느끼며 나는 이렇게 내가 땅에 편안히 누울 수 있고 기댈 수 있음에 새삼 감동스러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감격과 울컥함에 너무 머무르지는 않고 다시 이 무게감과 동시에 텅 비어있는 내 몸의 안쪽을 느꼈다. 다시 그 텅 비어있음으로 돌아오는 것은 온전히 현존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꿈을 알아채는 방식이었다. 결국에는 모두 이 텅 빈 몸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임을, 나는 그 상태를 지금 여기에서 느끼며, 다시금 이 깨어있음 조차도 모두 텅 비어있음이라는 것을,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계속 비어있음을 느끼며 거듭 꿈에서 깨어났다.. 

목요일, 11월 13, 2025

There exist vast oceans of reality of which we remain almost entirely unconscious and yet can sometimes glimpse with peripheral or dimmed vision. To the curious this first foggy awareness triggers excitement and wonder, and even a hint that we could get closer if we surrendered the safety of our secure little ego.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가다가, 갑자기 내가 어제 있었던 일과 훌쩍 지나버린 어떤 시간들에 한참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알아차림과 동시에, 나는 그 정체로부터 빠져나와 시간의 속성을 다시 떠올렸다. 그건 자전거를 타는 일과 같았다. 쉼없이 바람과 풍경이 내 몸을 스쳐 지나간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가더라도 이제 내가 보았던 풍경은 이미 달라져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 길을 되돌아 간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길과 시간으로 간 것이다. 모든 일은 일어남과 동시에 흩어진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을 통해 어렴풋이 새로운 수행을 시작했다. 깨어있는 지금 이 모든 순간들이 꿈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가며 지나가는 모든 풍경과 순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내가 느끼자마자 바로 사라지는지를 알아차렸다. 어쩌면 내가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깨어난 것이다. 깨어날 때, 우리는 꿈이 꿈이라는 것을 안다. 모두 꿈이구나. 마주치는 동시에 흩어지는 그 모든 순간을 알아차리며 나는 계속 현재에 존재할 수 있었다. 

월요일, 11월 10, 2025

쌀쌀하게 잤다. 피로한 월요일이다. 오랜만에 아주 늦게 자기도 했고, 미셸이 내 다리 위에서 한참 누워있다가 갔다. 오랜만에 미셸의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며 불편하게 잤다. 행복한 불편함. 피로함 너머 어렴풋이 느껴지는 이 안정감과 만족감이 그로 인한 것일까. 너무 사랑스러운 우리 미셸. 
내가 너무 좋아하는 드라마 '은중과 상연'을 드디어 오지가 보기 시작했다. 내가 계속 보라고 추천했는데, 이번 주말을 우리가 함께 보내면서, 오랜만에 같이 살았을 때의 느낌도 나고... 그 익숙함과 편안함에 추억의 루틴을 함께 다시 찾은 것 같아서 좋았다. 난 얼마전에 본 드라마인데도 왜이리 몰입이 잘 되고, 재미있던지 정말로 어쩌면 이건 내가 본 드라마 중에 내가 제일 아끼는 작품이다. 나는 3시 쯤에 자고 오지는 조금 더 보다가 잤는데 펑펑 울다가 잤다고 했다. 정말 펑펑 눈물이 나는 작품이다. 근데 그게 나를 슬픔에 머물게 하는게 아니라, 내가 잊고 있던, 혹은 내가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던 그 감정들을 마주하고 해소하게 하는 거라 엄청 개운해진다. 너무 소중하고 순수한 감정들과 창피해서 들여다보기 싫은 감정들이 모두 꺼내어진다. 오지도 그 과정을 지나며 은중과 상연을 보면 좋겠다. 

화요일, 11월 04, 2025


 

꿈과 생시 모두 꿈이다. 이 세상이 모두 환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머리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진정으로 받아들이기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평안하게 살다가도, 어떤 대상에 집착하게 되는 마음을 발견하게 되고, 질투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두려워하는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대상을 내것이라고 여기게 되면 일어나는 현상이다. 내 물건, 내 돈, 내 사랑, 내 몸... 
악몽을 꾸고서 깨어났을 때, 그것이 꿈이었음을 알아차리는 그 순간, 얼마나 나는 안도하였던가. 나에게 일어났던 지옥같은 그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님에 안도하였던 순간. 그 때에 우리는 깨어난다. 분명 꿈 속에서는 그 두려움은 내가 느끼는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깨어나면 그 모든 복잡스럽고 무거운 감정들 모두 공-이다. 깨어나며 그것이 모두 꿈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생시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지금 깨어있다고 알고 있는 이 세상 또한 꿈과 동일하게 생각하니, 더 가까워진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 내가 감각하는 것들 모두 환상이구나. 내가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 세상에 전쟁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나에게 일어날 어떤 일도 사실은 두려워 할 필요도 없구나. 진실로 진실로. 그리고 그것을 정말 온전히 깨닫게 되는 순간이 정말로 깨어나는 순간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