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1월 21, 2022

Yo vengo a ofrecer mi corazón

너무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 근데 넘 넘 슬퍼.

작은 책자 하나를 만들고 싶어져서 예전에 쓴 글들을 돌아보다가 see only love라는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보았다. 깨달았다가도 다시 괴로워지고 안개가 쌓이는 마음. 내가 사는 동안 잊지말아야 할 단 한가지. 오직 사랑. 방을 깨끗이 치워도 다시 먼지가 쌓이는 것처럼 다 알았다가도 다 깨달았다가도 안개 속에 묻히고 마는 것이 당연하대요. 계속 다시 돌아가서 보아야 하는 메시지. 거듭하여 안개를 걷을 것.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네. 고뇌하는 영혼. 고뇌를 하지 않으면 병원엘 가야해요-라고 말하는 사마리아가 너무 웃겼는데ㅠ 이제보니 고뇌라는 것이 그런 것이네. 거듭 잘 사는 일에 골몰하는 것. 나는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래요. 고뇌하기 위해. 고뇌하러 온 사람. 다시 거듭 돌아가 깨달아야하는 사람. 다시 오직 사랑만을 보아야만 하는 사람. 

수술을 한 이후에 몸의 전체적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졌다. 힘이 많이 없어서 산책하는 것 외에는 며칠 동안은 집에서 편히 놀고 밥을 챙겨 먹고 시시껄렁한 것들을 들여다보고 그랬다. 계속 쉬는 것에 아주 익숙해지고, 계속 쉬고 싶고 다른 것들은 약간은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 그러다가 다시 우울 삽화가 오는 것은 아닐까 약간 걱정이 되었다. 수술하고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서 그런 것일까 추측도 해보았다가, 겨울이라 그런 것일까 의심도 해보고. 걱정도 걱정이지만, 건강검진을 하듯이 내 자율신경계든 무어든 정신건강에 관해서도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사실상 약간 그런 걱정이 들만한 증상들이 있기도 하다. 불안이 일고, 이런저런 사소한 모든 것들이 걱정스럽게 느껴지고, 슬금슬금 자책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그렇고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는 것도 그렇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 이건 정말 오랜만이다. 예전엔 이런 증상들이 너무 만성적이라 나의 성격적 특징인 줄만 알았다. 이런 증상들을 경계할 수 있게 된 것은 - 치료를 통해 그렇지 않은 상태를 경험했기 때문. 그것이 내가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건강하지 않을 때에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고 나니...! 약간의 조짐이 보이자 두려워진 것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그런 상태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상황이다. 내 불안을 전달하거나, 혹은 전달했다고 여겨서 나를 자책하게 되는 것. 아무튼 그런 순환이 있다. 좋은 순환만 있었음 좋겠는데 말이다.

다음에 혹시 다시 치료가 필요하게 되면, 한의원에서 진료받아보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다. 지난겨울 두통으로 한의원에 갔을 때, 한의원에서 뇌파검사를 해주시면서, 항정신성 약물로 인해 내 것이 아닌 상태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던 것이 인상 깊어서. 잠시 그런 것들을 잊고 살다가 요 근래 왠지 마음이 불안정한 것 같아 다시 떠올랐다. 정신건강의학 진료를 하는 한의원을 검색해보다가 멀지 않은 곳을 찾아냈다. 허해진 몸의 이곳저곳을 보충해야지. 모든 것이 더 버거워지기 전에 얼른얼른 ~ ~ ~ 가볍게 가볍게 가볍게 둥 둥... 그렇게 하고 싶다.

월요일, 11월 14, 2022

파괴와 재생의 별 명왕성이 2023년 3월 물병자리에 들어서고, 명왕성은 10년간 그 자리에 머무른다. 새로운 주기가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고, 그 시작인 2023년 우리는 격변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격동의 시기를 준비하고 나아가는 이들에게 행운이 펼쳐질 것이다. 그래서 11월은 새로운 꿈에 재도전하거나 2022년에 새로 시작한 일, 착수한 일을 재검토하기에 적절한 시기다. 자신에게 질문할 것. 12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그것들을 위해 행동하고, 시작해야 한다. 1월에는 역행하던 별들이 모두 순행하게 될 것이고, 그때는 이미 새로운 시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니 1월이 오기 전에 준비하고 시작할 것.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들, 무엇이든 리스트를 적어보기.

윤슬이가 2023년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기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들을 다룬 영상을 보내주었다. 오지를 비롯하여 주변에 지금껏 하던 일들을 마무리하고 아주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렴풋이 그런 움직임이 있는 시기인 걸까 짐작만 했는데...! 정말 명왕성이 물병자리에 들어서는 시기라고...! 올해 초부터 준비하고 있던 작업을 재개할 시기가 온 것이다. 안 그래도 8~9월부터 작업을 잠시 멈추고 있던 터였다. 전시 일정과 공간이 바뀌게 되면서 준비하고 있던 전시를 다시 재정비할 필요를 느꼈기에. 그리고 사실 그 변동으로 인해 10월에 있을 큰 이벤트들을 준비할 시간이 생기기도 했다. 덕분에 10월에 있던 큰 행사들을 집중해서 준비할 수 있었다. 지량과 결혼식을 올렸고, 책 3권을 완성했고, 수술을 했다. 이것들이 모두 10월에 일어난 일이라니 ! 새삼스럽게 놀랍다.

그 때문에 사실 10월 말에 수술을 끝내고 11월부터는 아주 쉬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슬슬 다시 작업도 하고, 전시를 위한 재정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더군다나 이찬혁의 새 앨범을 들으며, 오랜만에 '버킷리스트'라는 것을 다시 떠올리기도 했고 말이다. (찬혁이는 너무 지금의 흐름에 맞는 앨범을 만들었네.) 수술 전날, 지량은 내게 병원에 있는 동안 버킷리스트를 적어보라고 했다. 나는 요즘은 생각나는 것들이 없다고 했지만, 지량은 수술을 앞두고 걱정하는 날 위해, 그런 숙제를 내줬던 것 같다. 실제로 잠이 잘 오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도 버킷리스트에 대한 생각에 집중할 수도 없어서 지량과 페트라에 가고 싶다는 리스트 하나만 간신히 떠올렸다. 그리고, 사실 수술을 한 날부터는 너무 힘들어서 버킷리스트 숙제를 아예 잊어버렸다. 

집에 돌아와 쉬면서 동생이 해준 밥을 먹고, 지량과 부산에도 다녀왔다. 버킷리스트라면 버킷리스트일까.. 다시 내 소망, 내가 하고싶은 일들, 내가 준비해야할 것들을 돌아보고 정리할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하며 약간 꿈틀거리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내 몸도 그러는 중이다. 흐트러진 몸의 균형을 다시 맞추기 위해 몸은 질병을 만들어낸다. 자궁보다 큰 혹이 떼어져 나왔고, 혹과 함께 살아가느라 눌렸던 주변 장기들이 제자리를 찾고 적응하느라 이런저런 불편함들이 느껴진다. 변화된 상태에서 다시 또 변화하는 과정이니 혼란과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 (명왕성이 물병자리에 입궁하는 것처럼....!) 그것들에 신경이 많이 집중되는 것이 힘들긴 했다. 많은 것들을 게워내야만 했다. 힘이 없고 아프고... 그래도 이 고통들이 내 몸의 균형을 찾기 위한 과정이고, 내 일상의 일부라고 여기니 조금 마음이 편안해졌다. 작년부터, 아니 어쩌면 수년 전부터 시작된 내 쇄신 작업은 그래도 많이 안정되었고, 어떤 부분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오래된 혹을 떼어냈고, 나와 새로운 생을 함께 할 파트너가 생겼다는 것. 내 반쪽이 내 곁에 있다. 정말 정말 새로운 생의 시작인 거구나. 

이와 맞물려 신기하게도 오지에게도 쇄신작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지량이 내게 했던 것처럼, 오지에게 버킷리스트를 적어보라고 했다. 오지에게도 그것이 필요해 보였다. 우리의 모든 생의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때. 그리고 오늘 본 별자리 영상도 우리에게 리스트를 작성하라고 말한다. 소원의 크기는 상관이 없다. 실현 가능성을 계산하지도, 다른 사람의 욕망과 비교하지도 말고. 새롭게 펼쳐지는 파노라마 앞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상태와 소망들을 다시 재점검하는 때. 11월과 12월에는 그렇게 준비하고, 무엇이라도 시작을 하기로 했다. 새로운 집을 찾는 일도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야 할 때인가 보다. 내 반쪽과 맞이하는 새로운 시기. 잘 준비해야지. 재밌겠다...! 11월에는 내가 원하는 것, 나에게 중요한 것들,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하고 떠올려봐야지.

토요일, 11월 12, 2022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원래 목표는 9시쯤 일어나는 것이었지만 7시에 깨서 더 잠이 올 것 같지는 않아 일어났다. 미셸이 내 다리 위에서 열심히 꾹꾹이를 하고 있었다.
일어나 속이 아파서 따뜻하게 쑥차를 내려 마셨다. 자리에 앉아 며칠 전 받은 이메일에 답장을 보냈다. 한동안 아침마다 사과를 챙겨 먹곤 했는데, 다시 그 습관을 기르고 싶어 사과를 주문했다. 다시 건강한 루틴을 하나씩 만들고 싶어. 건강한 몸으로 살며, 차곡차곡할 일들을 해나가고 싶다.
머릿속이 약간은 어지러운 느낌이야. 수술하고 나서부터는 일단은 편히 쉬고 있다. 다시 곧 작업을 재개해야 하는데 늘 다시 새롭게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는 두렴을 느낀다. 내가 그것을 해낼 수 있을까. 그전에는 어떻게 그 일들을 해냈지. 어떻게 다시 이런 과정이 가능한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무언가 이루어지기는 한다. 이상하게 왜 늘 항상 새로운 두려움이 생길까.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된다.
동생은 그동안에 불편했던 삶을 나아지게 할 어떤 치료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같이 나누면서, 서로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내게서도 그런 비슷한 불편함이 느껴지는데... 어찌어찌 잘 살아온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뛰어난 통제력으로 유지해온 생활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치료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모르겠어.

화요일, 11월 01, 2022

틸란드시아

틸란드시아를 사 왔다. 잎이 붉어진 이오난사 틸란드시아와 길게 늘어진 수염 틸란드시아가 함께 붙어있는 것으로 사 왔다. 오지는 틸란드시아가 기르기 쉽다고 알려진 식물이지만, 자신은 가장 어려운 아이라고 했다.

틸란드시아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 정보를 찾아보니, 파인애플과에 속하는 식물이었다. 너무 귀여워. 사막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라 건조한 곳에서 잘 살지만, 그래도 충분한 수분도 필요로 한다. 사막에 내리는 소낙비처럼 흠뻑 젖었다가도, 아주 금방 말라버리고 마는 환경처럼, 물을 주어야 한다고.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씨앗을 따로 만들지 않고, 작은 아이를 몸체에 만들면서 번식한다. 그리고 원래 몸체는 새로 만들어진 그 아기 몸체를 위해 모든 에너지를 준다. 귀여운 틸란드시아 잘 자랐으면 좋겠네. 햇빛도 많이 받고, 집안을 떠돌아다니는 습기와 먼지들을 먹으며 잘 자라렴.

틸란드시아를 데려온 기념으로 일기를 쓰러 왔더니, 마지막으로 남겨진 일기의 제목이 손바닥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오난사 틸란드시아가 생긴 모양이 손바닥 같기도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