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한 이후에 몸의 전체적 컨디션이 많이 안 좋아졌다. 힘이 많이 없어서 산책하는 것 외에는 며칠 동안은 집에서 편히 놀고 밥을 챙겨 먹고 시시껄렁한 것들을 들여다보고 그랬다. 계속 쉬는 것에 아주 익숙해지고, 계속 쉬고 싶고 다른 것들은 약간은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 그러다가 다시 우울 삽화가 오는 것은 아닐까 약간 걱정이 되었다. 수술하고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서 그런 것일까 추측도 해보았다가, 겨울이라 그런 것일까 의심도 해보고. 걱정도 걱정이지만, 건강검진을 하듯이 내 자율신경계든 무어든 정신건강에 관해서도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사실상 약간 그런 걱정이 들만한 증상들이 있기도 하다. 불안이 일고, 이런저런 사소한 모든 것들이 걱정스럽게 느껴지고, 슬금슬금 자책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그렇고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는 것도 그렇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 이건 정말 오랜만이다. 예전엔 이런 증상들이 너무 만성적이라 나의 성격적 특징인 줄만 알았다. 이런 증상들을 경계할 수 있게 된 것은 - 치료를 통해 그렇지 않은 상태를 경험했기 때문. 그것이 내가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건강하지 않을 때에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고 나니...! 약간의 조짐이 보이자 두려워진 것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그런 상태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상황이다. 내 불안을 전달하거나, 혹은 전달했다고 여겨서 나를 자책하게 되는 것. 아무튼 그런 순환이 있다. 좋은 순환만 있었음 좋겠는데 말이다.
다음에 혹시 다시 치료가 필요하게 되면, 한의원에서 진료받아보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다. 지난겨울 두통으로 한의원에 갔을 때, 한의원에서 뇌파검사를 해주시면서, 항정신성 약물로 인해 내 것이 아닌 상태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던 것이 인상 깊어서. 잠시 그런 것들을 잊고 살다가 요 근래 왠지 마음이 불안정한 것 같아 다시 떠올랐다. 정신건강의학 진료를 하는 한의원을 검색해보다가 멀지 않은 곳을 찾아냈다. 허해진 몸의 이곳저곳을 보충해야지. 모든 것이 더 버거워지기 전에 얼른얼른 ~ ~ ~ 가볍게 가볍게 가볍게 둥 둥... 그렇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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