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7월 18, 2022

처음엔 두려웠는데 이제는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는 혹. 언젠가부터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것이 싫어 물도 조금 마셨었는데...! 이제 와보니 몸의 여러 가지 신호와 작동방식에는 다 이유가 있었어. 요즈음의 소화불량도 그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오늘에서야 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니 빨리 떼어내고 싶어졌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키운 것. 그걸 없애고 더 용감하고 튼튼해진 내 모습을 상상한다.

하루종일 배가 아팠다. 암실에서 작업을 마치고 나와서 들풀한상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더덕구이와 솥밥. 귀여운 반찬들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열심히 먹었는데, 다 나에게 건강한 것이겠군-하고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먹었다. 요즈음 식사를 많이 신경 쓰고 있다. 내 몸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들은 조금씩 피하고 있고, 웃긴 것은 건강한 것을 챙겨 먹을 때는 '이것이 나를 건강하게 해줄 거야', '낫게 해줄 거야' 하는 식의 주문을 외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보다가 조금 전엔 엄마와 외할머니를 생각했다...천천히 밥을 다 먹으면서 우리가 같이 처음으로 밥을 먹었던 날을 생각했다. 나는 그날 아침에 꾼 꿈에서부터 두근거리고 있었는데, 저녁이 되었을 무렵엔 그 두근거림이 몸의 떨림으로 이어졌다. 그런 나를 보고, 건강식을 종종 사주겠다고 했던 것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처음 만나는 누군가에게도 저런 말을 하다니 - 다정하다는 생각과 약간은 믿을 수 없어 하는 생각을 동시에 했던 것 같다. 언제 다시 생각해도 재밌는 순간. 그리고 다시 우리가 들풀에 와서 식사를 했던 날. 그제야 그 식당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날. 그날처럼 오늘도 너무 맛있었어. 내내 떠오르는 순간들로, 홀로였지만, 오늘의 저녁 식사는 아주 다정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천천히 걸어서 연희동까지 갔다. 계속 떠오르는 다정한 순간들과, 지금 나와 함께 존재하는 사랑을 느끼며 걷다가 또 갑작스런 자각이 있었다. 내가 지금 참으로 평온하고도 잔잔한 행복감을 느끼고 있구나 - 그것도 계속 ! 계속이라는 것이 가능하구나. 그 지속의 가능성에 또 감동을..! 언젠가 내가 그런 일기를 쓴 적이 있었거든. 왜 행복은 순간으로만 존재하느냐구 - 계속 행복의 상태일 수는 없는 걸까 물으며 슬펐던 날들이 있었다. 가끔 나의 어떤 불안정한 기분 상태나 내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 염증 그것들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불안과 스트레스로 가득해져 버릴 때가 있다. 아마 그런 것들이 내 모든 순간을 잠식했던 때였다.

내 사랑과 주말 동안 함께 있으면서도 비슷한 것을 생각했다. 주말이 오기 전에는 기운이 좀 침체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 나를 보니, 내가 아주 평온하고 행복해져 있었어. 내가 사는 순간의 실체는 행복이란 것. 그 행복은 계속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깨달음보다도 실은, 내가 어떤 상태인지, 내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를 고민하거나 골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 이미 나도 알아채지 못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행복해져 있다는 것이 - 그런 것이 새로운, 큰 감동이야.. 

수요일, 7월 13, 2022

오랜만에 암실에서 작업을 했다. 마침 오늘은 사용하는 사람이 나뿐이어서 천천히 둘러보고, 준비할 수 있었다. 

차분해지는 시간 ! 

현상액이 들어있는 밧드에 흰 종이를 넣고..! 흔들 흔들 ~ 이미지가 떠오르는 순간 ! 히히.. 막세이 보자르 사진실 선생님이 생각난다. 정해진 기간에 워크샵을 들어야만 암실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나를 위해 어느 날 한 번 특별 과외를 해주셨다. 같이 첫번째 프린트를 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어.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거의 내 나이에 가까운 세월동안 그 일을 해오셨을텐데도, 그 순간에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아름답다고 외치시던 것이 ! 그것이 참 아름다웠다. 항상 이미지가 떠오르는 그 순간에 마음 속에 그 목소리가 같이 떠오른다.

적당한 세팅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수월했다. 오늘의 이미지는..! 

잘 마르게 해주세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런지 몸도 기분도 무거웠던 ~ ~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에 궁금한 시간들이 있다. 그럼에도 반짝이는 것들이 살리는 날. 축축하게 지나가는 7월아 ~ 잘 마르게 해주세요 ~ 

화요일, 7월 12, 2022

99 여러가지 기쁨과 선물 

100 만월 

천개의 고원 !

영원 그리고도 하루 

사랑해

월요일, 7월 11, 2022

수풀이 우거진 골목 앞 빌라를 떠나는 아주머니 
떠나신다며, 나를 걱정하셨다.
골목을 드나드는 이상한 사람들, 돈을 해쳐먹고 나간 조합장, 돈이 가장 큰 기준이 되는 이상한 구획법에 대해 잠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집은 재개발구역이 아니므로 다행(?)이라는 결론과, 아마 이러한 상태가 2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더 길면 3-4년까지 늘어날 수도) 
골목은 금새 우거진다.
눈물겨운 새로운 가족, 아기 포메라니안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본인의 삶이 너무나 버겁고 힘든 것과 동시에,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은, 진정으로 눈물겨운 일이었다. 온전히 신나거나 감사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어 하루종일 눈물겨운 것이다. 그 눈망울 앞에서. 포메라니안 눈은 다 슬프다고 하셨다. 그래서 계속 눈물이 난다고 하셨다. 그 눈물겨움으로부터 지나간 세월동안 겪은 일들에 대한 짧은 회상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예기치 못한 순간 마주친 나에게 아주머니는 이야기를 거진 한 시간동안 쏟아내셨다. 아무도 아무 것도 묻지 않았지만, 가끔 사람들은 모든 것에 대한 답을 한다. 나는 아주머니의 어깨를 토닥이며 '이제 다 잘 될거라고' 거듭 말했다.
아주머니는 버리고 갈 것들이 많다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겠다고 했다. 
새 압력밥솥 하나를 받아왔다. 
집으로 다시 올라와 밥솥을 들여다놓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이번엔 일층 아주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잠시 그 집에 들어가 연희동 카르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상하고 소름끼치는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져나왔다.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하셨는데, 나는 아주 가끔씩 그 세계에서 빠져나와 이 장면을 촬영하는 상상을 몇 번 했다. 이야기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이상하게 재밌는 풍경... 이 곳에 오래 산 마녀들을 떠올렸다. 
결국 고양이들 밥도 주고, 나도 점심을 챙기려고 한시간 일찍 나왔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이끌림들로 인해 늦게 일터로 출발했다. 다행히 오늘 할 일이 별로 없으니 천천히 오라고 하셨다. 일터에선 또 다른 모임이 이루어졌다. 아픈 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오랜만에 들른 한 친구는 이제는 우려가 되는 어떤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미리 알아채고, 요령을 부리는 법을 깨우쳤다고 했다. 나는 그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그런 요령들이 우리에겐 많이 필요하다. 
이상하게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너무나 힘들고 피곤해서 사실 아주 고요하고싶었던 날인데 말이다 내심. 그런데 오전에 엄마에게 받은 전화를 시작으로, 많은 부름들이 있었던 것 같은 오늘. 농담반 진담반 ..  나의 수녀롤이 작동하는 날이었던가... 윤슬에게 물어보니 오늘 휴디의 컨디셔닝 내용을 보내주며, 내게 해당하는 라인이 구원자롤이 맞긴 하다고 했다. 정말 신기하고 희한하군.. 후후 무언가 내가 덜어줄 수 있는 역할을 했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 수녀님의 마음은 전혀 아니겠다는 생각을 한다.. 매니페스터의 방전이걸랑 ..~ 

토요일, 7월 02, 2022

7월 1일 그리고 2일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 일박이일이었지만 너무나 많은 즐거움과 이야기들이 있었던 여행. 거짓말처럼 맑아진 날씨처럼, 다같이 모이자 지난 며칠간의 우려와 다툼들은 모두 희미해졌다. 우리에게 좋은 곳을 하나라도 더 데려가고싶은 이지언니는 나주를 향하는 길에 서해바다라도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며, 잠시 선유도를 들렀다 가는 경로를 찾았다. 

상상하지 못한 낯선 섬의 풍경들과 뜨거운 날씨. 차를 세우고, 우리는 시원한 음료를 사들고 발이라도 담그자고 해변으로 갔다. 부드럽고 적당히 시원한 바닷물은 우리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다 ! 수영복을 입고 노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조금 있었다. 조용하고 작은 해변이었다. 발만 담그고 있던 우리는 그들을 보며, 그리고 너무나 완벽하도록 아름다운 바다 풍경 앞에서 몸을 담그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히고 말았고, 이내 곧 예지는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우리 모두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로 결국에 물에 들어갔다. 나는 긴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들어갔다. 우리를 보던 이지언니도 결국에 들어왔다. 오지와 이지, 예지 그리고 나, 그 순간에 우리는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 ! 이지 언니는 물 속에서 정말 편안해보였다.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모습. 소금끼가 많은 바다에서 우리 몸은 잘 떴다. 잔잔한 호수같은 해변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쉽고 안전한 느낌을 받으며 수영을 했다. 아. 행복해.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그 시원하고, 동시에 따스한 느낌을 ! 기다란 원피스를 입고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어서 걱정이었는데, 희한하게 그 느낌이 정말 좋았다. 사실 수영복을 입은 것보다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원피스가 내 몸을 모두 감싸안고 더 따뜻하고 부드럽게 헤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신난 우리는 손을 잡고 물 속에서 강강술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돌았다. 물 속에서의 강강술래라니. 그건 정말 최고의 몸짓이었다 ! 나는 너무 신나서 카메라를 들고 다시 바다로 들어와 친구들이 헤엄치는 모습과 얼굴들을 담았다. 해가 어느 정도 많이 내려온 시각이라 더 따스하고 아름다운 빛깔의 바다와 세상이었다. 모든 것이 아주 완벽하고 아름다운 ! 믿을 수 없는 예기치 못한 기쁨의 한 조각 ! 

여행의 본 목적을 잊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해수욕을 마치고, 다시 길을 떠났다. 물놀이를 하니 바로 피로함을 느꼈다. 힘이 쭉 빠져 스러져갈 때쯤에 광주에 도착해 설 작가님을 만나 저녁을 함께 했다. 식사를 마치고는 아시아문화전당으로 향해 산책을 했다. 평화롭고 따스한 밤공기 속에 산책을 마치고, 차를 마시고, 설 작가님과 헤어졌다. 나주에 있는 숙소로 온 우리는 늦은 체크인 시간 때문에 혼이 한 번 났다. 돌아오는 길과 숙소에서 그 짧은 밤에 나눈 모든 이야기들이 너무 웃겨서 정말 !!!!!!!!!! 이상한 웃음 치료를 받은 것 같다고 우리는 말했다. 정말 정말 웃겼어. 오랜만에 오지와 바로 옆에 누워 잤고, 어릴 적처럼 낯선 이불과 베개 때문에 한참을 부스럭거리고, 이상한 모먼트들에 참지 못하고 이상한 웃음을 마구 터뜨리다가 겨우 잠들었다. 곧 찾아온 아침에는 또 아침부터 쉴새없이 떠드는 대화소리에 자연스럽게 깼고 말이다. 정말 못말리는 마녀들. 

오전 일정을 또 바삐 보내고, 죽설헌에 도착한 우리들. 그 사이에 또 이상한 우여곡절들이 있었다. 주인공 서사 만들기에는 모두 일가견이 있지. 드디어 그렇게 고대했던 죽설헌에 도착했고, 우리는 아름다운 주차장에서부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설박 작가님과 죽설헌에서 박태후 작가님 부부와 함께 하는 진순이의 안내를 따라 정원을 본격적으로 구경했다. 너무 너무 아름다운 나무와 풀, 열매들이 우리를 반겼다. 바닥에 떨어진 설익은 매실을 주워다 먹고, 거미줄에 감탄을 하고, 커다란 파초 앞에서 모두 사이좋게 사진을 찍고. 연못을 돌아 작은 의자에 앉아 연못의 풍경을 사이좋게 즐겼다. 박태후 작가님이 어떤 풍경을 보며 쉬실까 ! 작고 귀여운 나무 의자가 하나 있다. 그곳에. 그렇게 평화롭게 산보를 마치고 작가님 댁에 들어가 서로에 대해 소개도 하고, 차를 마셨다. 다시 꼭 초대해달라는 약속도 받아내고.. 아니 사실 너무나 언제라도 우리를 환영해주실 분이었다. 50년에 걸쳐 정원을 가꾸고 만든 그 마음이 어떠할까. 편안하고, 넓은 마음이 느껴졌어. 그 가족들에게서. 지량과 나도 나중에 저런 이야기와 마음을 나눌 어른이 되어있겠지 - 또 그런 자연스러운 상상에 시도 때도 없이 나는 빠져들었다. 수십통의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키웠다는 작가님 부부의 이야기도, 풍금 소리도, 진순이의 아기도, 발효차의 맛도, 내 사랑을 그리는 마음도 모두 모두 사랑스럽고 평안했다.

금방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나누고, 다같이 정원에서 사진을 찍고 죽설헌에서 나왔다. 아직 부른 배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광주 송정역으로 갔다. 성혜를 먼저 보내고, 역전에서 이것 저것 구경을 하다가 나도 곧 기차를 탔다. 그리고 아직 기차 안. 돌아오는 길, 보드 오브 캐나다를 들으며 일기를 쓰는 중이다. 이제 곧 서울에 도착. 내 사랑과 이제 다시 가까워졌다. 즐거움이 가득했던 각자의 여정을 또 나눠야지. 집에 갈거야. 7월의 시작을 바다에서, 그리고 풀이 가득한 곳에서 하게 되어 너무 좋아. 그렇게 우리 모두 그렇게 평안 가득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