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7월 11, 2022

수풀이 우거진 골목 앞 빌라를 떠나는 아주머니 
떠나신다며, 나를 걱정하셨다.
골목을 드나드는 이상한 사람들, 돈을 해쳐먹고 나간 조합장, 돈이 가장 큰 기준이 되는 이상한 구획법에 대해 잠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집은 재개발구역이 아니므로 다행(?)이라는 결론과, 아마 이러한 상태가 2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더 길면 3-4년까지 늘어날 수도) 
골목은 금새 우거진다.
눈물겨운 새로운 가족, 아기 포메라니안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본인의 삶이 너무나 버겁고 힘든 것과 동시에,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은, 진정으로 눈물겨운 일이었다. 온전히 신나거나 감사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어 하루종일 눈물겨운 것이다. 그 눈망울 앞에서. 포메라니안 눈은 다 슬프다고 하셨다. 그래서 계속 눈물이 난다고 하셨다. 그 눈물겨움으로부터 지나간 세월동안 겪은 일들에 대한 짧은 회상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예기치 못한 순간 마주친 나에게 아주머니는 이야기를 거진 한 시간동안 쏟아내셨다. 아무도 아무 것도 묻지 않았지만, 가끔 사람들은 모든 것에 대한 답을 한다. 나는 아주머니의 어깨를 토닥이며 '이제 다 잘 될거라고' 거듭 말했다.
아주머니는 버리고 갈 것들이 많다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겠다고 했다. 
새 압력밥솥 하나를 받아왔다. 
집으로 다시 올라와 밥솥을 들여다놓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이번엔 일층 아주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잠시 그 집에 들어가 연희동 카르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상하고 소름끼치는 이야기들이 마구 쏟아져나왔다.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하셨는데, 나는 아주 가끔씩 그 세계에서 빠져나와 이 장면을 촬영하는 상상을 몇 번 했다. 이야기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이상하게 재밌는 풍경... 이 곳에 오래 산 마녀들을 떠올렸다. 
결국 고양이들 밥도 주고, 나도 점심을 챙기려고 한시간 일찍 나왔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이끌림들로 인해 늦게 일터로 출발했다. 다행히 오늘 할 일이 별로 없으니 천천히 오라고 하셨다. 일터에선 또 다른 모임이 이루어졌다. 아픈 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오랜만에 들른 한 친구는 이제는 우려가 되는 어떤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미리 알아채고, 요령을 부리는 법을 깨우쳤다고 했다. 나는 그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그런 요령들이 우리에겐 많이 필요하다. 
이상하게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너무나 힘들고 피곤해서 사실 아주 고요하고싶었던 날인데 말이다 내심. 그런데 오전에 엄마에게 받은 전화를 시작으로, 많은 부름들이 있었던 것 같은 오늘. 농담반 진담반 ..  나의 수녀롤이 작동하는 날이었던가... 윤슬에게 물어보니 오늘 휴디의 컨디셔닝 내용을 보내주며, 내게 해당하는 라인이 구원자롤이 맞긴 하다고 했다. 정말 신기하고 희한하군.. 후후 무언가 내가 덜어줄 수 있는 역할을 했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 수녀님의 마음은 전혀 아니겠다는 생각을 한다.. 매니페스터의 방전이걸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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