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두려웠는데 이제는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는 혹. 언젠가부터 화장실에 자주 가는 것이 싫어 물도 조금 마셨었는데...! 이제 와보니 몸의 여러 가지 신호와 작동방식에는 다 이유가 있었어. 요즈음의 소화불량도 그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오늘에서야 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니 빨리 떼어내고 싶어졌다. 두려움과 불안으로 키운 것. 그걸 없애고 더 용감하고 튼튼해진 내 모습을 상상한다.
하루종일 배가 아팠다. 암실에서 작업을 마치고 나와서 들풀한상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더덕구이와 솥밥. 귀여운 반찬들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열심히 먹었는데, 다 나에게 건강한 것이겠군-하고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먹었다. 요즈음 식사를 많이 신경 쓰고 있다. 내 몸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들은 조금씩 피하고 있고, 웃긴 것은 건강한 것을 챙겨 먹을 때는 '이것이 나를 건강하게 해줄 거야', '낫게 해줄 거야' 하는 식의 주문을 외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보다가 조금 전엔 엄마와 외할머니를 생각했다...천천히 밥을 다 먹으면서 우리가 같이 처음으로 밥을 먹었던 날을 생각했다. 나는 그날 아침에 꾼 꿈에서부터 두근거리고 있었는데, 저녁이 되었을 무렵엔 그 두근거림이 몸의 떨림으로 이어졌다. 그런 나를 보고, 건강식을 종종 사주겠다고 했던 것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처음 만나는 누군가에게도 저런 말을 하다니 - 다정하다는 생각과 약간은 믿을 수 없어 하는 생각을 동시에 했던 것 같다. 언제 다시 생각해도 재밌는 순간. 그리고 다시 우리가 들풀에 와서 식사를 했던 날. 그제야 그 식당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날. 그날처럼 오늘도 너무 맛있었어. 내내 떠오르는 순간들로, 홀로였지만, 오늘의 저녁 식사는 아주 다정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천천히 걸어서 연희동까지 갔다. 계속 떠오르는 다정한 순간들과, 지금 나와 함께 존재하는 사랑을 느끼며 걷다가 또 갑작스런 자각이 있었다. 내가 지금 참으로 평온하고도 잔잔한 행복감을 느끼고 있구나 - 그것도 계속 ! 계속이라는 것이 가능하구나. 그 지속의 가능성에 또 감동을..! 언젠가 내가 그런 일기를 쓴 적이 있었거든. 왜 행복은 순간으로만 존재하느냐구 - 계속 행복의 상태일 수는 없는 걸까 물으며 슬펐던 날들이 있었다. 가끔 나의 어떤 불안정한 기분 상태나 내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 염증 그것들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불안과 스트레스로 가득해져 버릴 때가 있다. 아마 그런 것들이 내 모든 순간을 잠식했던 때였다.
내 사랑과 주말 동안 함께 있으면서도 비슷한 것을 생각했다. 주말이 오기 전에는 기운이 좀 침체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 나를 보니, 내가 아주 평온하고 행복해져 있었어. 내가 사는 순간의 실체는 행복이란 것. 그 행복은 계속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깨달음보다도 실은, 내가 어떤 상태인지, 내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를 고민하거나 골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 이미 나도 알아채지 못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행복해져 있다는 것이 - 그런 것이 새로운, 큰 감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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