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9월 28, 2021

한층 더 맑은 정신으로 저녁을 보낸다. 오늘은 요가시간이 정말 좋았다. 동작을 하는 중에 몸 곳곳에서 소리도 많이 났다. 마음도 많이 비워져 있었고, 불편했던 곳들, 아팠던 곳들이 정말 많이 나아진 것 같다. 특히, 오래 전부터 등 한 가운데에 느껴지던 통증과 오른쪽 허리쪽에서 느껴지던 통증도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정말로 이전과는 다른 맑은 마음과 정신으로 살아가게 되었다는 것이.. 믿을 수 없는 변화 중 하나다. 마음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던 두려움이 많이 덜어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안 아주 마음이 가볍고, 많이 설렜다.

사실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어제와는 다른 감정이 느껴져서 좋지 않은 날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받았는데... 듣지 않던 노래를 요즘 한참동안 들었다. 오늘에서야 드디어 내가 평소에 듣던 음악을 틀어볼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이 아주 차분해지는 음악을 들으며, 설거지를 하고, 밥을 했다. 해야할 일들을 몇 가지 해치웠다. 그러고보니 나름 균형있는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새롭게 듣게 된 그 음악도 다시 들었고, 내가 오래도록 들어온 음악들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세계가 더 넓어진 것이라 할 수 있겠지. 저녁에 조금 먹은 커피때문인지, 눈과 머리가 더 맑은 것 같다. 가슴 속에서 요동치던 것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나는 기쁘고, 기분이 좋으면서도, 요란하지는 않다.

이런 변화들이 두려움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지만, 정말로 달라진 점은 내가 더이상 이런 평안한 상태를 경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삶이 다른 국면에 접어든 것 같다. 계속해서 평안할 수 있다는 믿음, 그 항상성에 대한 신뢰가 생긴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을 만끽해야지. 만끽해야지. 호오포노포노를 기억할 것... 

수요일, 9월 15, 2021

고양이의 아침

조금 전 일곱시에 잠깐 눈을 떠 화장실에 갔다.

나와서 보니 고양이들이 깨어있었고, 미셸은 배가 고파보였다. 건식을 담아놓는 장난감에 남아있는게 별로 없길래 조금 밥을 부어주니 미셸이 바로 먹었다. 미셸이 왜 이리 밥을 많이 먹지 요즘. 혹시 무언가 이상한 반응은 아닐까 앉아서 계속 고양이들을 관찰했다. 아이들의 행동이 모두 특별해보였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럴까. 아이들의 아침 루틴이 이런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까미유는 미셸이 움직이니까 근처에 와서 좀 서성이고 구경하다가 다시 작은 방에 가서 아침을 오는 것을 느끼는 듯했다. 까미유가 아침마다 저 방에서 자고 있는 이유를 알았다. 문지방 앞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뭔가 정말로 해가 뜬 아침을 감상하는 아이같았다. 그러더니 늘 아침마다 앉아있는 오지의 의자로 올라가 앉아서 창밖을 향해 머리를 두었다. 밖에서 들리는 아침 산새들의 소리를 듣고 아침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래서 늘 아침에 깨어나 보면 까미유가 하늘이 잘 보이는 저 의자에 누워서 자고 있는 것이었다. 홀로. 미유의 아침루틴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미셸은 밥을 좀 먹다가 거실에 화장실 앞에서 냄새를 맡고 들어가진 않고 다시 걸어나와 작은 방에 있는 화장실에 가서 오줌을 쌌다. 모래를 덮고 나와 미셸은 우리 화장실 문앞에 섰다. 그리고 화장실 문을 열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불이 꺼져있는 화장실로 들어가서는 뚜껑이 닫힌 변기 위에 올라 앉았다. 거울 쪽을 보는 것 같길래 자신의 얼굴을 보는가 해서 나도 들어가 미셸 눈높이로 앉아보니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미셸은 뭘 보고 있는거지. 너무 엉뚱하고 궁금하다. 그리고 곧 미셸은 밖으로 나갔다. 물을 마시려고 했던 것 같은데 까미유가 의자에 내려와 미셸을 방해해서 미셸은 물을 마시지 못하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빈 사기 밥그릇을 하나 엎었다. 그러더니 다시 건식 사료가 들어있는 장난감에 손을 뻗어 밥알 몇개를 주워먹었다. 나는 다시 미셸 옆에 가서 앉아 엉덩이를 조금 토닥여주었다. 그랬더니 가만히 엎드려있는 미셸. 우리 미셸이 추운가. 

나는 졸려져서 다시 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덮었다. 미셸이 내 다리 사이에 누울 수 있도록 자리를 편편하게 잘 만들고 누웠다. 곧 미셸이 나를 따라 들어와 폭신한 이불 위에 올라와 누워서 꾹꾹이를 한다. 열심히 지금도 하는 중이다. 골골 골골 소리를 내면서. 아주 귀엽고 따뜻한 고양이. 그러고 있으니 거실에서 까미유가 밥을 먹는 소리가 났다. 쥐죽은 듯이 자는 오지와 나와는 달리 우리 고양이들의 아침은 늘 이런가 보다 했다. 밥을 조금 주워먹고 화장실도 가고 서로의 냄새를 맡기도 하고 아침 냄새를 맡고 새소리를 듣고 또 다시 우리처럼 누워 잠을 자고. 각자의 자리에서. 아 아 귀여워라.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잠결에 써보았다. 다시 자야지. 

일요일, 9월 05, 2021

넉넉해도 넉넉한 것이 없고, 부족해도 부족한 것이 없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밥을 먹어도 무사하다는 것. 버려진 파와 감자도 깨끗하고 맛있다는 것. 그것들을 내가 이삭삼아 주워올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때론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놀이가 되기도 했다는 것. 

아무튼 산다는 것. 나는 미자와 한복의 딸이고, 고함 속에서 잠들었을지라도, 오직 불안 속에 살았어도, 오직 사랑 속에 살았어도 내 멋대로 이상하게 그러나 아무튼 살았다. 그러니 나는 늘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지독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나는 내 삶의 방식이나 행동거지가 때로 .. 갖가지 학문에서 정형화하는 어떤 상태인 것처럼 보일지라도,혹은 정신병리학적인 증상일지라도 ~ 나와 같은 것은 없습니다. 사실 이것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입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잘못이라면 나는 죽을 각오가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