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9월 15, 2021

고양이의 아침

조금 전 일곱시에 잠깐 눈을 떠 화장실에 갔다.

나와서 보니 고양이들이 깨어있었고, 미셸은 배가 고파보였다. 건식을 담아놓는 장난감에 남아있는게 별로 없길래 조금 밥을 부어주니 미셸이 바로 먹었다. 미셸이 왜 이리 밥을 많이 먹지 요즘. 혹시 무언가 이상한 반응은 아닐까 앉아서 계속 고양이들을 관찰했다. 아이들의 행동이 모두 특별해보였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럴까. 아이들의 아침 루틴이 이런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까미유는 미셸이 움직이니까 근처에 와서 좀 서성이고 구경하다가 다시 작은 방에 가서 아침을 오는 것을 느끼는 듯했다. 까미유가 아침마다 저 방에서 자고 있는 이유를 알았다. 문지방 앞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뭔가 정말로 해가 뜬 아침을 감상하는 아이같았다. 그러더니 늘 아침마다 앉아있는 오지의 의자로 올라가 앉아서 창밖을 향해 머리를 두었다. 밖에서 들리는 아침 산새들의 소리를 듣고 아침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래서 늘 아침에 깨어나 보면 까미유가 하늘이 잘 보이는 저 의자에 누워서 자고 있는 것이었다. 홀로. 미유의 아침루틴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미셸은 밥을 좀 먹다가 거실에 화장실 앞에서 냄새를 맡고 들어가진 않고 다시 걸어나와 작은 방에 있는 화장실에 가서 오줌을 쌌다. 모래를 덮고 나와 미셸은 우리 화장실 문앞에 섰다. 그리고 화장실 문을 열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불이 꺼져있는 화장실로 들어가서는 뚜껑이 닫힌 변기 위에 올라 앉았다. 거울 쪽을 보는 것 같길래 자신의 얼굴을 보는가 해서 나도 들어가 미셸 눈높이로 앉아보니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미셸은 뭘 보고 있는거지. 너무 엉뚱하고 궁금하다. 그리고 곧 미셸은 밖으로 나갔다. 물을 마시려고 했던 것 같은데 까미유가 의자에 내려와 미셸을 방해해서 미셸은 물을 마시지 못하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빈 사기 밥그릇을 하나 엎었다. 그러더니 다시 건식 사료가 들어있는 장난감에 손을 뻗어 밥알 몇개를 주워먹었다. 나는 다시 미셸 옆에 가서 앉아 엉덩이를 조금 토닥여주었다. 그랬더니 가만히 엎드려있는 미셸. 우리 미셸이 추운가. 

나는 졸려져서 다시 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덮었다. 미셸이 내 다리 사이에 누울 수 있도록 자리를 편편하게 잘 만들고 누웠다. 곧 미셸이 나를 따라 들어와 폭신한 이불 위에 올라와 누워서 꾹꾹이를 한다. 열심히 지금도 하는 중이다. 골골 골골 소리를 내면서. 아주 귀엽고 따뜻한 고양이. 그러고 있으니 거실에서 까미유가 밥을 먹는 소리가 났다. 쥐죽은 듯이 자는 오지와 나와는 달리 우리 고양이들의 아침은 늘 이런가 보다 했다. 밥을 조금 주워먹고 화장실도 가고 서로의 냄새를 맡기도 하고 아침 냄새를 맡고 새소리를 듣고 또 다시 우리처럼 누워 잠을 자고. 각자의 자리에서. 아 아 귀여워라.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잠결에 써보았다. 다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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