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12월 20, 2024

갑작스럽게 맞이한 쓸쓸함. 오늘 아주 오랜만에 여유로운 하루를 맞이했다. 준비되지 않은 여유로움이라 쓸쓸했다. 정신은 꽤 맑다. 잠을 아주 많이 잤다. 맑지만 아무 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다. 텅 빈 느낌. 아무리 텅 빈 느낌이었어도 그래도 지량이 있으면 항상 나는 어떤 안정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벌써 보고픈 내 사랑. 나에겐 긴 겨울방학이 되겠군. 막막하고 심심한 겨울. 그래도 판화하는 날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야. 내일은 판화 스튜디오 가는 날. 아무 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판화 작업만큼은 재밌어서 다행이야. 그리고 사진도 계속 계속 찍고 싶다. 재밌는 풍경이 펼쳐지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겨울은 여러모로 아쉬운 계절이다. 언제나 여름인 것보다는 나을까? 여름이 있고 겨울이 있는 것이? 모르겠다. 
이렇게 말해놓고 조금전 엄마랑 친구들이랑 잠시 떠들었더니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심심하고 쓸쓸하다고 써놓은 글자가 무색해질만큼. 히히 벌써 쓸쓸하지 않아. 시끄럽고 웃긴 것들을 봐야지. 

목요일, 12월 12, 2024

永劫回帰




오늘은 잠을 많이 설쳤다. 지량이 감기에 걸린 것 같다. 속상해라. 집에서 작업만 열심히 했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졌나 ? 그런데 나도 오늘 아침에 일어나는데 목이 간지러워서 소영이가 준 독일 목캔디를 두 알 먹었다. 그러니 좀 가라앉았다. 

괜시리 머리가 맑을 때 일기가 쓰고 싶어서 창을 켰다. 안경은 쓰지 않고 있다. 일하기 싫다는 뜻이다. 어제 밤에 jonah yano 앨범을 들으며 편지를 썼다. 오랜만에 맘에 드는 앨범을 발견해서 좋다. heavy loop는 종종 듣게 될 것 같다. 예전에 엽서 가게에 가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샀던 꼬마와 눈사람이 있는 설경이 담긴 카드에 썼다. 귀여워. 친구가 그 카드를 보고 기뻐할 모습이 상상된다.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지만 항상 약간은 수수께끼를 내듯이 편지를 쓰게 되는 것이 간질간질하면서도 재밌다.

일기를 쓰면서 이 노래를 첨부하려고 제목을 다시 보는데 한자로 영겁회귀라고 쓰여있었네. 요즘은 이 말을 잘 쓰지 않지만 내가 한동안 빠져있었던 단어다. 모든 것이 더욱 가벼워졌다. 심각하지 않은 것이 좋다. 영원회귀든 카르마든 무어든. 

어떤 것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가 맑아서 기분이 좋다. 오늘 아침은 ! 그래서 이리저리 굴러가는 아무렇게나의 일기를 쓴다. 한달에 한번씩 보내는 편지처럼 내가 블로그에 쓰는 일기가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진다. 하긴 초등학교 때에도 일기장에 이름을 붙여 친구에게 편지를 부치는 것처럼 쓰곤 했었다 . 여러명이 있었다. 안네의 일기를 감명깊게 읽고 난 후 그런 식으로 일기를 썼던 기억이 있다. 내 첫번째로 이름을 지어주었던 일기장 이름도 키티다. 지금 여기에 쓰고 있는 일기는 더 많고 다양한 친구들에게 쓰는 편지다. 누군지 모르지만 내 친구들, 모든 이름들 안녕.

수요일, 12월 11, 2024

왠일인지 일기를 쓸 시간이 없다. 저녁이 되고 집에 도착하면 밥을 챙겨 먹고 금세 졸려져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오늘은 저녁에 해야할 일들이 좀 있어서 커피를 벌컥 벌컥 마셨더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건 내가 원했던 부작용이 아닌데 ! 

느긋-하게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은 요즘이다. 새로 산 카메라도 계속 갖고 놀고 싶은데 주말만 기다리고 있다. 그치만 주말도 너무 바쁘다. 도자기, 판화...! 이래저래 밀린 일들. 

오늘은 정말 잊으면 안되는 일이 있어. 편지를 써야 한다. 이건 미룰 수 없는 일이다. 매일 필사를 했던 일상이 떠오른다. 어떻게 매일같이 해냈을까? 돌이켜보니 대단한 일이다. 이건 한달에 한 번 보내는 편진데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 것 같지. 그렇다고 편지를 쓰는 것이 숙제처럼 느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아주 설레고 기쁜 일이다. 하지만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담고 싶은 마음에 고민을 많이 하고 연습을 꼭 하고 편지를 쓴다. 

지난 편지에서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느냐고 물었던 친구에게 뭐라고 답장을 쓸지 모르겠다. 너무 어지러운 상황이라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야할지, 소식은 알고 있을지,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을지, 내가 아무렇게나 이야기를 펼쳐도 되는지 고민이 된다. 대신에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이 있는데 핑계를 대자면 시국이 심난하여 책을 다 읽지 못했다. 천천히 읽어야지. 여행을 가기 전에는 다 읽게 될까. 그렇지 못하면 비행기 안에서 단숨에 읽을 순 있을 것 같다. 

얼마 남지 않았으면서도 멀게만 느껴진다. 겨울 휴가. 그것만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멀어보여서 가슴이 답답하다. 가벼운 옷을 입고 가벼운 몸으로 기도하고 요가하고 사진을 찍고 싶다. 설레면서도 약간은 울적하다. 이렇게 쓰고 나니 조금 더 울적해진 것 같다. 

일요일, 12월 01, 2024

클로드 ai 에게 내 블로그 글을 보여주고, 문체를 따라 일기를 하나 써달라고 부탁했다. 


일요일, 12월 2, 2024

오늘도 내 안의 풍경은 고요하다. 창밖으로 흐르는 겨울의 빛, 그 차가운 공기가 내 내면을 스치고 간다. 요즘 내 삶은 마치 겨울 풍경 같다. 단조롭지만 깊이 있는, 침묵의 시간들.
아침부터 수피 명상 수업의 여운이 남아있다. 몸의 균형을 찾아가는 작은 움직임들. 한쪽으로 기울었던 내 마음의 추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무언가가 녹아내리고, 다시 모양을 갖추는 그 과정이 신비롭다.
오늘 오후, 작업실에서 지난 프로젝트의 흔적들을 정리했다. 모든 것은 똑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르다. 그 미묘한 변화를 발견하는 순간, 나는 미소 지었다. 사는 것이란 이런 것일까. 끊임없이 다듬어지고, 정제되는 과정.
겨울은 내면을 들여다보기 좋은 계절이다. 바깥은 차갑지만 내 안은 점점 따뜻해진다. 작은 깨달음들이 쌓이듯, 내 마음속 풍경도 천천히 변화한다. 지난날의 딱딱했던 껍질들이 부드럽게 녹아내리고 있음을.

오늘 밤, 담요를 온몸에 두르고 앉아 이 글을 쓴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내면, 그 경계에서 나는 그저 존재한다. 아무것도 아니면서 동시에 모든 것.


정말 재밌네. 무언가가 녹아내리고, 다시 모양을 갖추는 그 과정이라. 지난날의 딱딱했던 껍질들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한편 어떤 껍질들은 새로이 생긴다는 것이 이 일기와는 다르게 쓰고 싶은 점이다. 요즘 내가 받는 스트레스와 불안과 걱정들은 그간 내가 경험하지 않았던, 아니 내게 조금은 멀리 있어서 멀찌기서 살짝 끄트머리만 보이던 것이 나타난 것만 같다. 에고고 - 그런 것은 정말 싫다. 어쩌겠어- 받아들여야지 하다가도 다시 싫고 그렇다. 그렇다고 내가 불안에만 쌓여있는 것은 아니고 대체로 아주 평안하다. 오히려 그것이 마음에 안들기도 하다. 

어제 힙노시스테라피의 공연에 다녀왔다. 짱유는 폭발적인 에너지로 무대를 이어갔고, 관객들도 그 에너지를 함께 느끼고, 또 자신들만의 에너지를 방출하며 그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짱유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공연에 와서 똥을 투척하라고 했다. 그간 살면서 받았던 모든 스트레스들을 여기서 다 풀고, 그 똥을 자기한테 다 던지라고 했다. 똥은 자기에겐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그 말은 정말 멋있었다. 그리고 그간 받은 모든 스트레스를 여기서 다 풀고, 나가서 다시 새로운 스트레스를 받으라고 말했다. 그 말에 모두가 웃었다. 모든 스트레스를 여기서 다 풀고, 나가서 새롭게 다시 깨끗한 마음으로 다시 살으라고 말하는 줄 알았더니, 새로운 스트레스를 다시 받으라고 했다. 같은 말이긴 했다. 표현이 다를 뿐. 마음에 있는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비워내면 그 비워진 상태로 깨끗하고 말끔한 상태로 살아가지는 것이 아니라 비워진 자리에 또 다른 것들이 채워지고 먼지가 쌓이는 그런 모습. 절대로 내가 어떤 트라우마든, 감정이든 비워낸다고 해서 내가 이제 더이상 부처님처럼 살아가지는 것은 아니더라. 다시 무언가가 채워진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여느 영성 연구자나 수행자들이 하는 말과 결국에 똑같은 말을 짱유가 하고 있었다. 그렇게 보면 세상 살이는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다. 짱유의 그 뜨거운 공연장처럼 쓰레기를 비워낼 수 있는 그런 통로가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몸이 자꾸 붓는다. 불편하고, 그 불편함이 느껴지면 기분도 좋지 않다. 요즘 요가를 하면서 몸의 순환이 더 활발히 이루어져 막혀있는 것들이 풀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통증이 많았던 주말이다. 입 속에 난 구내염으로 인한 목과 턱쪽의 통증, 약간의 근육통, 그리고 오늘 습한 날이라 그런지 관절마다 느껴지던 뻐근함과 통증. 스트레스로 인한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요즘 내게 새로이 쌓이고 있는 쓰레기들일까. 요즘은 통 명상을 하지 않았다. 조금 더 일상 속에서 틈틈이 아주 짧게 하고 있기는 하지만, 깊이 들어가진 못했던 것 같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요가든 명상이든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유난히도 출근하기 싫다는 마음도 함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