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1월 06, 2024

따뜻한 맬팅초코와 니들엔젬의 껍질. 5도의 아침. 손에는 부숭부숭한 갈색털실로 만들어진 워머를 끼고 초록이 가득한 니트들을 입고. 너무 춥구 손은 따뜻하구. 이런 모든 조화가 기분 좋은 아침. 

어제 일을 일찍 마치고 나왔더니 컨디션이 확연히 다르다. 저녁에 집에 도착해서 몇가지 일들을 하고도 밤이 늦지 않아서 참 좋았다. 매일 이 정도의 리듬만 유지하더라도 훨씬 좋을 것 같간 생각을 했다. 어제는 생각이 많았다. 정리할 것도 많고. 어찌저찌 집중을 하여 글도 써보았다. 마음을 다하였는데도 왠일인지 어제는 아침부터 느끼던 약간의 창피함이 하루종일 나를 사로잡은 것 같았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 창피함이다. 이 세상에 벌거벗은 채 내던져지는 기분. 어느 구석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 요즘은 이런 마음이 잘 없었다. 오랜만에 아주 살짝 그런 기분을 느낀다. 그럴 때 나는 머리를 흔들어제끼거나 혼잣말을 하곤 한다. 겨울이 다가오니까 많은 것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 같다. 해가 짧으니까 슬프다. 너무 일찍 밤이 온다. 이럴 땐 모든 세상이 그냥 일찍 자고 덜 활동하는 것이 좋을까, 그럼에도 이전처럼 더 활동하는 것이 활력에 더 좋을까. 궁금해. 어쨌거나 어떤 모습이라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지금 내가 힘쓰는 것처럼 우울해지지 않기 위해 무력해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좋을까. 무엇이 더 좋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순 없을까. 여러가지 격차들이 생기고. 그 사이에서 미슥미슥 소화가 안되는 것 같다. 몰라 몰라. 그냥 그 차이와 사이를 다 느껴보는 것은? 어제 쓴 글이 그런 말들이었다. 가치 판단을 하지 말아보자. ㅎㅎ 요가 선생님이 항상 해주시는 말씀. 목근육이 잘 풀어지지 않은 것 같아도, 숨이 깊게 쉬어지지 않는 것 같아도. 그냥 그대로 느끼기. 가치판단 하지 않기. 아무래도 너무 습관적인 나의 가치 판단. 그러네. 나는 모든 것을 결정하고 한가지만 받아들이거나 느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종종 느끼는 것 같다. 내가 물흐르듯이 유연한 사고와 마음을 가질 땐 그렇지 않지만 갑자기 요 며칠 그런 압박들이 내게 돌아온 것 같다. 그냥 그 압박도 느끼고 흘려보내고, 결정한 것도 그대로 흘려보내고,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하지 못한 채로 흘려보내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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