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1월 05, 2024

기억을 잊고 언어를 잊고 모든 것을 잊고 나는 바보가 된 것 같다. 내가 무얼할 수 있을까-라는 말이 정말 오랜만에 튀어나왔다. 왜 그렇게 나는 그 말을 많이 하면서 살았을까. 해야한다면 무얼 해야하는 것이며, 왜 그래야만 했던 것일까? 누가 그러라고 했지. 그런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전에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했지만, 내가 경험하는 것이 결국에는 무로 귀결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나는 내가 할 말을 잊었다. 이유도 잊었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은 없었으니까. 단편적인 어떤 감상과 깨달음이 무심하게 경험되었다. 
선생님께 내가 너무 무감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럴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너무 예민하게 올라왔던 것들을 둥글게 누르는 식의 치료인거니까. 그걸 선택하는 거라고 했다. 삐죽삐죽하고 아프지만 그냥 그렇게 사는 것과 그것이 너무 힘드니까 둥그렇고 납작하게 누르는 것. 더 편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내가 덜 힘든 것. 나는 무엇이 덜 힘들까? 감정적으로는 평안하지만 모든 것들이 그저 그렇게 둥그렇고 납작하게 느껴지는 삶.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고 큰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모든 것들이 특별하고 크고 비극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삶. 그건 내게 너무 어려운 선택권이다. 결국엔 더 편해지고 싶었지만, 무감해지는 내가 바보같아서 그게 싫다. 그치만 너무 힘들어져도 바보가 된다. 너무 힘들어지면 기억이 사라지고, 말이 느려지고, 말을 잃게 된다. 지금은 힘들진 않지만 다채로운 언어가 만들어지진 않는다. 어떻게 해도 언어가 사라지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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