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3월 05, 2024

조리있게 말하기. 조리있게 생각하기.
너무 많이 생각하기. 너무 많이 말하기.
너무 많이 생각해서 너무 재밌지만 때로는 불안해지기도 하는 것과 필요한 것만 떠올리고 조리있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 중에 무엇이 더 좋을까. 너무나 재미있지만 가끔은 꼭 우울해진다면 그냥 그렇게 사는 편이 나으려나. 평안하지만 너무 평안한 나머지 무감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재미가 없지? 그것은 아무래도.. 그렇지?
요즘 그런 꿈을 꾸었고, 그런 생각들에 빠졌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것들을 정리하고 적응하고 극복하고 그렇게 충분히 천천히 느낄만한 그런 시간이. 그치만 혼자 그것을 지나갈 만한 시간을 갖는 게 지금 내게 적정한지도 모르겠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다른 것들로 내 시간과 공간을 채워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기도 하여 어찌저찌 중간의 것들을 택하며 중간의 길을 가고 있었는데 하여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어떤 말과 화는 꼭 나를 겨눈 것 같았어. 맞지. 세상은 나의 거울이니까.
생각하지 않고 성찰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은 나쁜 걸까? 모르겠다. 내가 무감해지는 것이 우울인지, 우울의 치료로 인한 부가적 효과인 건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의사는 그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그런 경우에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계속 일기를 쓰고 싶었다. 영 분위기가 맞지 않아서, 기력이 고르지 않아서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시무룩해지니까 일기를 쓸 수 있었다. 오늘은 바가바드기타 필사를 처음으로 빼먹었다. 34일째인 오늘. 지난 번 요가수트라 필사 명상을 하면서 한번 겪은 생각과 마음들이라 그런지, 이번에는 필사를 빼먹게 되더라도 크게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다. 오늘도 그래서 열두시가 넘어가는 것을 그냥 무덤덤하게 지켜보았다. 오늘 회사에 1분 지각을 한 것과 비슷했다. 오랜만에. 필사 명상을 빼먹는 것에 크게 마음이 동요하지 않게 된 것도 있지만, 전보다 필사 명상을 하는 일이 훨씬 수월하게 느껴지게 된 것도 변화다. 글씨 쓰는 것이 편안하고 편하고, 자연스럽다.
매일 내가 쓰는 구절들은 마치 일기처럼 오늘 내가 알아야 할 내용을 전해준다. 매일 크리슈나가 내게 해주는 말이다. 마침 오늘도 그런 말씀이었다. 자신에 의해 자신을 높이고 자신을 비하하지 말지어다. 자기야말로 자기의 친구이며 자기야말로 자기의 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 자신을 비하하려는 생각을 하려고 하던 참에 내 손이 그 구절을 쓰게 되었다. 정말 웃기게도 오늘 어쩌다가 침착맨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자꾸 진다는 누군가에게 언제나 그렇듯 흘러나오는 자연스럽고도 즉각적인 말을 내뱉은 것을 보았는데, 그게 꼭 크리슈나가 하는 말 같아서 생각이 났다. 자기와의 싸움이니까 이긴 것도 나라는 말이었다. 너무 웃긴데 감탄스러웠다. 정말.
아빠랑 어렸을 적에 우리나라의 명산을 다니곤 했는데, 힘들게 산을 오르던 어느 날에 아빠가 내게 등산을 하는건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던 그 순간을 종종 떠올린다. 무언가 힘든 것을 하고 있을 때에 힘든 하루를 지나가고 있을 때에 가끔 떠오른다. 산을 오르는 것은 나를 걷는 것과 같은 것이구나. 나를 오르는 것. 나를 걷는 것.
오랜만에 일기를 쓰니까 너무 좋네. 말라카이트도 너무 좋고. 로저와 브라이언 이노 형제들 앨범 중에 mixing colors라는 앨범을 한창 듣던 때가 있었는데, 오늘 오랜만에 그 앨범에 들어있는 malachite가 흘러나왔고 새삼스럽게 너무 좋았다. 새롭기도 했고. 집에 와서 윤슬이가 선물해 준 말라카이트를 만지작거리고, 그 반짝이고 만질만질한 표면 위에 비추는 빛을 바라보았다. 일랑일랑 향을 맡고, 다시 초록빛의 앨범을 들으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일기를 쓰는데, 마음이 좋아졌다. 다행이다.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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