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콘트라베이스가 생겼다. 현님의 콘트라베이스. 우리가 종종 즉흥 연주를 하고, 음악을 만드는 걸 보고, 우리에게 콘트라베이스를 맡기면 재밌게 잘 갖고 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래서 우리집에 빌려주러 현님이 왔는데, 우리가 콘트라베이스를 만지고, 소리를 내는 걸 보고 현님이 너무 기뻐했다. 나도 오랜만에 너무 신나고 기뻤다. 어제랑 오늘 지량과 한번씩 함께 연주를 했다. 지량은 피아노를 치고, 나는 콘트라베이스를 치고. 연주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바로 소리에 몰입하게 된다. 그 진동이 나를 아주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계속해서 그 소리를 듣고싶게 만든다. 아아아. 재밌어.
토요일, 2월 17, 2024
햇살이 가득한 오후. 아주 따스하고 창문을 열어두어 햇살과 바깥 공기가 함께 느껴진다. 먼지 일어나는 소리들도. 공양이가 내 다리 위에서 꾹꾹이를 하고 편안함을 느끼고 나는 잠이 솔솔 오고. 그때 갑자기 느껴지는 이 느낌. 정말 너무나 오랜만에 느껴지는. 내가 살았던 어린 시절의 어떤 순간들 계절들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것은 어떤 감각인지 명확하게 설명되긴 어렵다. 맡아지는 냄새같기도 하고, 어떤 기분같기도 하고, 어떤 인상 혹은 어떤 빛깔의 정도, 이 모든 것이 합쳐진 여러가지 가지 감각의 총체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런 것도 플래시백일까 어떤 사건이나 사람,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전혀 아닌데, 어떤 시기의 총체적 느낌 어떤 시간의 감각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공기. 햇살은 따뜻한데 아직 피부에 닿는 공기는 공기는 차가운 그런 시간.
모든 기억들이 마치 일어나지 않았던 일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는데 오직 그것은 기억이라는 형태로만 떠올려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느껴지는 착각. 그러나 오늘과 같이 마주하는 이런 순간에 나는 내가 살았던 그 모든 시간들이 실재하였음을 알게 된다.
목요일, 2월 01, 2024
터키의 밤은 굉장히 아름다워. 아야 소피아 성당과 블루모스크가 마주고보고 있고 유럽의 불빛과 아시아의 불빛이 한데 섞여 있거든. 터키에 있으면서 너의 생각이 많이 났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랑 터키는 많이 닮은 것 같았거든. 모든 것들이 혼재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모든 개체가 각각의 빛과 멋을 잃지 않고 있는 모습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