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었다. 8월에 일기를 다시 많이 쓸 것 같았는데,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도통 일지 않아서 써지지를 않았다. 그리고 아주 아주 솔직한 마음들을 이제는 이곳에 쓰지 못하게 되기도 하여, 찾아올 마음이 안 들기도 했다. 앞으로 나 혼자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 개인 메모에 써두어야지.
요즘 명상 필사를 하면서 계속 들었던 궁금증이 있었는데, 어제 오지와 이야기를 하다가 오지도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중증 우울증과 명상을 통해 모든 고통과 탐욕 등 모든 감정이 사라진 고요한 상태가 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는 거지-하는 생각. 괴로운 생각들, 부정적인 모든 잡념도 사라지고, 세상에 대한 욕심도 모두 사라진 상태를 경험했는데, 그래서 무언가를 내가 이생에서 이루어야겠다는 열망이나 의욕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 마음은 평온하고 말이다. 정말 무언가가 꺾인 느낌이 아니라, 그저 그런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환상이라는 것을,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런데 그것이 명상을 통해 도달한 그 해탈의 경지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결국엔 모든 욕심과 감정들의 파도가 사그러드는 그런 상태. 무언가에 도취한 상태도 모두 지나서 드는 그런 마지막의 고요한 순간 말이다. 그것의 두 가지가 차이가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 중증 우울증이라고 불리는 그 상태가 지극히도 비생산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이 상태를 치료해야 할 상태로 보는 것은 아닐까. 암튼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이번에 내가 느낀 상태는 여러모로 생소했기 때문에. 오지도 내가 그간 지나온 우울증의 형태와는 너무 달라서 알아채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나조차도 그랬고. 모든 감정을 생생하게 느끼는 상태를 모두 지나고 모든 것이 평평해지고 무의 상태를 경험하는. 요가의 궁극적 목표가 모든 자기 신체와 정신을 통제할 수 있는 신과 합일된 상태가 되어 죽음에 이르는 것이라면. 지금까지 그것이 물리적 죽음이라 생각했는데, 오지가 최근에 생각했다는 대로 그것이 물리적 죽음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새로 해보기도 한다. 아마 그럴 것 같다. 자주 이 질문들을 떠올릴 것 같다. 요가수트라 필사를 다 마치고 나면 또 새로운 질문과 깨달음이 있을지도.
요가수트라 필사 명상을 한 지는 63일이 지났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