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3월 23, 2020

아 아 그랬습니다.
이 모든 불안과 분노가 우리를 휩쓸었고. 도무지 추스를 수 없는 때에 배고픔이 찾아왔습니다.

배가고파 생각이 잘 나질 않는다. 뤼미니 버스정류장 앞에 서있던 나무가 떠올랐다. 우리가 죽든 살든, 우리가 사랑을 하든 서로를 갈기갈기 찢어죽이든... 나무는 꽃을 피우고 있었고. 어느새. 우리가 그를 보고 있지 않더라도, 꽃봉오리들은 이미 활짝 피어서는 이곳의 햇살을 잔뜩 머금고 있겠지 언제나처럼.

여기는 설마했던 일이 일어나고, 코웃음쳤던 예언들이 들어맞고, 악몽같은 일이 일어난다. 드럽고. 치사하고. 느리고. 악하고.
등신이라는 욕을 배웠다..
일주일만에 식료품을 구하러 마스크를 쓰고 길을 나섰는데 지나쳤던 그 모든 사람들이 왠지 나를 욕하고 무서워하고 싫어할 것 같았나보다.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이 무서웠는지 어제는 꿈 속에서 술에 취한 외국인이 자신의 양 손으로 내 양쪽 뺨을 마구 때렸다. 나는 그렇게 무자비하게 뺨을 맞다가 덜덜 떨며 깨어났다. 아 아. 괴로워. 그러나 나는 아직 깨어있음에도 새벽 내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너무나 괴상하고 믿을 수 없어 꿈인지 생시인지 계속 물었고. 무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은 무력해지고, 이상한 노래만 계속되는 바람에... 계속 뺨을 맞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목요일, 3월 19, 2020

이상한 낭만
이상한 인간다움 
이상한 애잔함
일상이 깨지는 순간에 드러나는 생의 아름다움 

화요일, 3월 17, 2020

집중이 되지 않는 날.
산이 길게 이어져있다.
새는 계속 날아가고 있었다.
너무 작은 새들.
우리가 만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만난 적이 있었을까.
불이 켜졌다.
한번도 건너편 집들을 살펴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날아가는 세마리의 새들.
단 한번도 우연이 아니었다.

수요일, 3월 11, 2020

품에는 고양이

품에는 고양이
너무 사랑해서
메모장에 사랑해. 라고 써보았다.
예전에 썼던 글들이 나왔다.
내가 사랑해.라고 남겼던 글들이
12월 1일에 썼던 글을 읽었다.
회한과 눈물, 미안함으로 가득찬 그런 날에 남겼던 글.
멀리있는 불안과 슬픔을 느꼈던 날.
가슴이 꽉 막혀서 담배를 피울까 생각했던 날.

그리고 지금의 나를 들여다본다.
지금 내가 너무 건강해졌어.
내가 많이 나아졌어.
내가 많이 행복해졌어.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거야?
고마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정말이야.

이 말을 듣는 그 누구라도
내가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