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함박웃음을 지었다. 걸음에 집중을 하면 일어나는 일들일까.
어제 요가원에서 발가락을 움직이는 훈련을 했는데, 정말 내가 잊어가고 있던 감각들을 다시 느끼느라 거의 충격에 가까운 놀라움이 있었다. 선생님께선 원래 발가락도 하나하나 다 움직일 수 있는 부위라고 하셨다. 움직이지 않고 살다 보니 다 잊게 되는 거라고 하셨다. 발을 땅에 대고 서서 엄지발가락만 들었다가, 엄지발가락을 내리고 나머지 발가락을 들어 올리는 연습을 번갈아 가면서 했다. 처음엔 손가락이 같이 길을 잃은 듯 움직이고, 헷갈렸다. 발바닥의 아치가 많이 무너져있었다. 이 발가락 운동을 통해 발바닥 가운데의 아치가 살아나고, 원래 발이 서 있을 때 올바른 모양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볼 수 있었다. 아직 멀었지만, 어제의 놀라운 깨달음을 기점으로 발가락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아침에 되어 금세 발가락과 발바닥에 대해서는 잊고 핸드폰을 보면서 길을 걷고 있었다. 핸드폰을 보다가 갑자기 발의 감각을 느껴보니 내가 또 평소와 같이 엄지발가락에 더 힘을 주면서 길을 걷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온 발바닥으로 바닥을 밟으면서 걷는 게 아니라 또 무너진 발바닥이 느껴졌다. 내 엄지발가락 아래에 항상 굳은살이 생기는 것이 이 탓이었다. 내 걸음걸이가 이상한 걸까 자주 생각하곤 했었는데, 내가 온 발바닥으로 걷고 있지 않았구나, 하고 알았다.
걸음에 집중하며 걷기로 했다. 핸드폰은 보지 않고 오롯이 걷는 순간에는 걷는 발바닥과 다리, 몸을 느끼면서 걸었다. 몸이 무너지는 것은 역시 언제나 현재 그 순간의 나를 잃고 살 때에 나타나는 증상인 것이구나. 걸을 때는 온전하게 걷는 몸을 느끼며 걸어야 하고, 앉아있을 때에는 앉아 있는 몸을 계속해서 느껴야 하는 구나. 그런 것들을 다시금 알아차리며 나는 올바른 자세로 걸었다. 걷는 감각을 처음으로 그렇게 섬세하게 느껴본 것 같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이 그렇게 많이 쌓였는데 아직도 처음으로 느끼는 감각들이 있구나- 요가를 하면서 그런 것들을 배운다. 무너져가던 것들을 다시 세우고, 틀어지던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몸을 정렬한다. 몸은 계속 쓰는 것이기에 계속 무너지고, 계속 비틀어지고, 굽지만, 그 굽어진 감각들을 느끼고, 다시 펴고, 일으켜 세운다. 걸을 때에 걷는 감각에만 집중을 하자, 그것은 또 다른 명상이었다. 그렇게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 땅바닥에 닿는 발의 부위를 하나하나 느끼는 것.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느 부위의 근육이 함께 움직이는지가 느껴졌다. 걷는 것 하나로도 이렇게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걷는 것에 집중하자,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는 순간에도 올곧게 서서 버스를 기다리게 되었다. 누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뒤를 돌아보니, 어떤 사람이 내 머리칼에 있는 브레이즈 한 가닥을 들어 올린다. 아마 내 머리에 실 가닥이 묻어있는 줄 알고 떼어주려던 것 같았다. 꼭 표정이 그랬다. 그런데 그 실 가닥을 들어 올리는데 내 두피로부터 그것이 이어져서 떨어지지 않는 것 아닌가. 진짜 너무 그 당황스럽고 약간은 놀란 표정이 잊히지가 않는다.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모든 순간을 있는 그대로- 그 순간의 것만을 느끼면서 살다 보면 재밌는 일들이 일어난다. 나는 그 사람의 착각이 좋았다. 그 착각은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땅바닥만 보거나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지. 나는 그 멀대같은 사람의 표정을 계속 떠올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마 그 사람은 너무 민망했을 터이지만, 나는 즐거웠다. 내가 순간에 지은 함박웃음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 사람도. 그리고 그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도 그 함박웃음이 퍼져나가기를 그 순간에 바랐다. 그 귀엽고도 사소한 착각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 누구에게도 해를 가하지 않지만, 잠깐 즐거울 수 있는 그런 착각 말이다.
아무튼 오늘의 아침을 발가락과 머리카락으로 맞이하여 난 기분이 좋다. 이미 벌써 하루를 다 산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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