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5월 19, 2022

양주

순간이동으로 집에 가고 싶은 순간 ! 

잠을 거의 못자고 일어나 오랜만에 주변의 스트레스를 흡수했다. 날카롭고 뾰족해지는 아침이었다. 그런 모드는 참 별룬데 말이다. 멀찌기 떨어진 곳으로부터 전해오는 압박으로 아마 일찍부터 서두른 것이다. 루트 센터에 대해서 조금 이해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오는 길은 그래도 버스와 지하철 시간이 잘 맞아떨어져서 별 탈은 없었다. 심지어 약간 반갑고 재밌기까지 했다. 황량한 은현면에도 카페가 생겼더라. 시간이 좀 더 많이 지나면 이 동네도 더 재밌어질까 - 그런 상상을 좀 하면서 마을 버스에서 내렸다. 오랜만에 엄마가 데리러 나오지 않은 날이었다. 엄마가 운전면허를 딴 이후로는 그래도 지하철역까지 데리러 와주었는데 ! 오랜만에 걸어서 집을 향하는 길이 좀 귀엽고 평화롭게 느껴졌다. 역시 봄이라서 그래. 겨울의 양주는 정말 혹독하다.. 우리는 양주의 겨울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고, 다시 초록을 보았다.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나는 금새 흐물흐물해졌다. 양주에만 오면 온 몸에 힘이 쭉 빠지고 피곤하다. 왜일까… 아주 짧은 산책을 했는데, 오지랑 참 재미없는 풍경이구나- 하다가 금방 집으로 돌아왔다.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책장에서 졸업앨범들과 어릴적 사진들을 꺼내 구경했다. 즐거워. 귀여운 나날들. 장미를 볼 때면, 나 어릴 적에 오지가 아직 없을 때, 엄마랑 아빠랑 셋이서 자연농원 시절 에버랜드에 갔던 장면을 떠올리곤 했다. 오랜만에 그 사진들을 구경했다. 장미보다 더 예쁜 사람들. 어린 나와 어린 엄마랑 아빠도 너무 사랑스러워. 사진 몇 장을 찍어 인스타에 업로드했다. 백만송이 장미를 흥얼거리며.. 

귀여움과 추억이 가득한 사진을 올리고 났는데, 내 현실의 밤은 갑자기 너무 피곤하고 지겨운 순간으로 바뀌고 말았다. 휴우. 아직은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의 상태로 가기 위한 과정에 있다. 역시 평생의 과제일까. 두려운 마음과 미운 마음 다시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여야지 다짐을 한다. 정말 희한하게도 그렇게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자마자 미움이 별 의미 없이 느껴진다. 약간은 허무할 정도. 그러나 이 허무한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다보면 어쩌면 정말 미움이란 것은 사라져 버릴 수도 있겠다. 

나의 집으로 가고픈 마음. 번쩍 ! 하다가 그래도 불끄고 누워 일기를 쓰고 있으니 잔잔해진다. 사랑하는 이 보고싶은 밤 ~…. 따스한 말과 장면들을 떠올리며 잠에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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