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4월 08, 2022

오랜만에 나는 골몰했다.
너무 골몰한 나머지 남의 집 대문 앞 계단에 앉아서 생각을 하고 싶었다.
꽤 멀리서부터 걸어왔는데 이상하게 힘들지가 않았다. 어쩌면 작업실에서부터 집까지 걸어오는 것도 가능했을 것 같다. 조만간에 그런 여정을 지나올 것 같다. 그 길 사이에는 터널도 언덕도 있는데.. 걸어서 가면 터널에 들어가지 않아도 터널을 지날 수가 있겠지. 날씨가 따뜻해지면 집으로 돌아가는 먼 길도 걸어서 가보겠다 다짐을 하곤 했는데, 정말로 오늘은 오랜만에 신촌역에서부터 집까지 걸어왔다. 걷는 동안 너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느라 바빴다. 아마 그러느라 배가 아픈 것 같았다. 산타나 노래가사를 떠올린다... 창피하기도, 반갑기도, 신이 나기도, 질투가 나기도..
한솔이가 써 준 편지를 오랜만에 읽었다가 한솔이가 많이 보고 싶어졌다. 장루이 쌤과 새로 사귄 친구를 생각했고, 오랜만에 다른 누군가의 세계를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마음이 많이 수그러들은 것 같다. 아쉽지만 내려놓아야 하는 것들이 분명 있다. 몇 가지를 내려두면 다른 몇 가지가 다가온다. 모든 것은 역시 질량 보존의 법칙을 지킨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다. 배드민턴 네트 아래 쭈그려 앉아서 메시지를 보냈다. 네트 옆에 있는 평상에 사실 앉으려고 했는데, 어떤 아저씨가 앉아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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