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큰 종이들을 자르기 위한 긴 자를 사왔다. 내가 사고 싶었던 모양은 아니었다.. 다녀와서는 필름 한 롤을 현상했다. 정말 오랜만이군. 필름이 마르는 동안에 벽에 붙어있는 종이들을 떼어내고, 작업실 정리를 조금 했더니 드디어 배가 고팠다. 정말 정말 배가 고파서 아까 점심에 먹고 남겨둔 베이글 샌드위치를 마저 먹었다.
배가 고프지 않은 것, 잠이 오지 않는 것이 걱정스러운 일이란 것을 요즘 느끼고 있다. 이 생각을 하다가 엄마가 생각이 나서 방금 엄마랑 통화를 했다. 엄마가 요즘 조용한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있나하고 전화를 하니 역시나 축 쳐진 목소리다. 호르몬제를 먹기 시작한지 3일이 됐다고 했다. 갱년기 증상으로 힘들어한지는 꽤 됐는데, 그 동안에 부작용이 걱정되어 먹지 않았던 엄마는 요즘 많이 힘들었는지 처방을 받았다고 말했다.
봄이 되어서 그런가.. 다시 엄마의 기분이 들쑥날쑥하고, 이안이도 요즘 잠을 통 못잔다고 하고.. 나는 배가 고프질 않았고.. 몸이 떨리기도 했다. 며칠간 말이다. 우리 몸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중일까. 이 생각을 하니까 또 떨린다.
겨울에서 봄이 되는 과정은 다른 모든 계절의 변화들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인가보다. 봄에 사람들이 많이들 죽는다고 이안이가 그랬다. 특히 노인들이 말이다.. 따뜻해지려면 큰 에너지가 들긴 하지. 싹을 틔우는데 얼마나 많은 힘이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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