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4월 05, 2022

생존자 오세라씨

회사가 부도가 났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고, 그 일의 뒷처리는 모두 우리의 몫이었다. 동료들과 다같이 비행기를 타야했다. 반드시 사고가 날 것이고, 죽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언젠가의 생존자들처럼 우리는 다시 살 수도 있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정말로 우리는 죽었고, 다시 살아났다.
다시 살아나서 보니, 우리는 임시 공항에 내려져 있었고, 임시 대피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내 머리에는 털모자가 마구잡이로 엉망이 되어 붙어있었고, 모두의 모습은 엉망이었다. 내가 머리에 붙은 것들을 떼어내며 동료들에게 다가가니 그들은 모두 신이 난 얼굴로 나에게 엄지를 치켜올렸다. 나도 신이 났다. 그리고 모두에게 내가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뉴스에 ‘생존자 오세라씨’라고 소개되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내가 다시 살아나는 그 순간을 다시 느껴보기로 했다. 온통 세상은 하얬고, 나는 상승하고 추락하고 상승하고 추락하는 것을 반복했다. 


깨어났는데 심장이 너무 두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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