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4월 26, 2022

볕뉘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데, 꼬마가 쫓아왔다. 그 초등학교에 다니는 꼬마애였는데, 나를 인터뷰하겠다고 끝까지 나를 쫓아오는 것이다. 나는 그저 갈 길을 가려고 했는데, 끝까지 쫓아오는 바람에 이런저런 대답을 해주었던 것 같다.

아주 낡은 집에 들어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오래전부터 아무도 살지 않은 것 같이 낡고, 모든 것이 헝클어진 내부를 가진 집이었다. 모두 뒤섞이어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되어버린 집. 나는 그 안에서 담배를 찾았다. 불을 켜면 왠지 집 전체가 불타버리는 것은 아닐까 마음속에 두렴이 잠시 일었다.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냥 조용한 곳이었다. 그저 평안하고 낡은 폐허. 집에 햇살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따스한.


일어났는데, 쉴 새 없이 어떤 얼굴들이 떠올랐다. 나는 그 떠오르는 얼굴을 쫓아가다가 일어났다. 갑자기 2년 전에 쓴 하루를 읽었다. qadir와 내가 겪은 이상한 새벽의 이야기. 내 성전인, 친구들을 위해 기도를 하고 싶어져서, 일어나 앉아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친구들 이름을 마음속으로 하나씩 떠올렸다. 내게 가장 가까운 친구와 가족들 이름부터 떠올랐다 물론. 그런데 이름 하나를 말하면, 자연스럽게 그다음 이름들이 따라왔다. 그렇게 쉴새 없이 이름들이 이어졌다. 평소라면 떠올리지 않았을 이름들마저 떠올랐고, 그건 신비롭고 아름다운 체험이었다. 쉬지 않고 따라오는 이름들을 느끼면서 마음 가득 감사함을 느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단 말이야 ? 세상으로 확장하는 이름들. 확장하는 축복. 단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도, 결국 온 세상을 사랑하는 일이구나.
'같이 살자'고 외치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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