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12월 08, 2021

세상에서 제일 슬픈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8ELnhjGw4Zs


열심히 찾아듣던 노래는 아니지만 유명한 노래라 많이 들어보았던 노래 ㅎ 

멜로디는 완전히 익숙하여 따라부를 수 있지만 가사는 알지 못했던.. 

아니 가사 말미에 읊조리는 'alone again naturally...'만 알고 있었던 ㅎ 

그런 노래였는데, 갑자기 가사를 보았더니 너무 슬퍼서 깜짝 놀랐다.

분명 귀엽고 밝은 노래였는데.. 펑펑 울었다. 

나의 마음이 이러할 때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정말 자신의 몸을 던졌던 친구들이 생각이 났다.

가사에 나오는 마음을 똑같이 느꼈던 친구들이, 그러다가 정말로 정말로.. 떠나갔던 모든 친구들을 생각했다.

손 끝하나 스치지 않고도 나를 산산조각내는 세상. 

혹은 나의 마음 ㅎ

나를 죽이는 나의 마음. 

내게 그렇게까지 슬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정말 정말 눈물이 끝없이 나왔던 날에는 

누군가가 죽고 있었다.

알고보니 말이다. 

알고보니 누군가가 울고 있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나는 슬픈 것이 없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목이 막히고 눈물이 계속 나와서 

온몸으로 기도를 하며 울었다.

그 때는 정말 이상했던 것이... 나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물이 고장이 나 있었다는 것이다. 

욕실 샤워기가 고장나서 제대로 씻지도 못했고, 갑자기 우리 아파트 수도가 막혔던 것이 터져서 물난리가 났었다. 오래도록 누군가가 물티슈를 변기에 넣고 내려서 결국 그것이 수도를 고장나게 한것이라고 했다. 모든 물이 역류하고, 수도관을 열어보았을 때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티슈가 흘러나왔다고 했다.

그 일이 있기 전에는 사실 부엌의 수도관이 혼자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 문제를 계속 보이고 있었다. 물을 틀어도 나오지 않거나, 물을 틀지 않았는데도 홀로 괴물소리를 내며 물을 졸졸 흘리기도 했다. 아주 엉망이었다. 

그즈음에는 새벽에 깨어나서 거의 울먹이며 일어나 부엌의 괴물을 달랬던 것 같다. 마침 사라도 밤마다 울어대는 탓에 사라도 함께 달랬다. 

결국 수도관이 터졌고, 아래층 이웃이 우리집으로 올라와 현재 물난리가 났다고 알려주었다. 그 남자는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었고, 꼴이 엉망이었다. 물난리를 열심히 수습했던 모양이다. 

아무튼, 그렇게 모든 것이 터지고, 모든 물이 세상 밖으로 나와서 더이상 나올 것이 없어지자 다시 모든 것은 안정을 찾았다. 

샤워호스를 새로 샀다.

나는 머리를 아주 짧게 잘랐고. 

목걸이를 하며 친구를 기억했다. 

눈물이 드디어 나오지 않던 날에 나는 공원에 가서 푹 젖은 풀들을 보았다. 모두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나무 가지는 많이 앙상해져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노랑과 갈색 빨강이 있었다. 

검은 고양이를 온몸으로 껴안았다.

먼지도 똥도 모두 다 상관이 없었다. 

나디르와 나는 이삭을 주워 먹기도 했으니.. 

사실 그 모든 포옹이 이상할 것도 없었지. 

더러울 것도 없었지. 

위험할 것도 없었지. 

세상의 모든 것들이 - 


토요일, 12월 04, 2021

0

0754

오늘 마이클식당에 갔더니 벽 알림판에 쓰여있던 내용들이 바뀌어있었다.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처음으로 바뀌었다.
그 전에 쓰여있던 내용들은 전부 사라지고, 위피 비밀번호와 화장실 위치와 비밀번호를 안내하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가끔 손님들이 화장실에 대해서 물어보면, 우리는 위치와 비밀번호를 열심히 말로 설명해주곤 했었는데, 
나는 항상 비밀번호를 '공칠오사'라고 말했고, 마이클은 '영칠오사'라고 말했다. 
그것이 나는 약간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벽에 나무님이 써놓은 안내문구를 보니, 나무님도 0754라는 아라비아숫자 옆에 '영칠오사'라고 써놓았다. 나는 하루종일 '영'과 '공'에 대해서 생각했다. 
0은 '영'이라고도 부를 수 있고, '공'이라고도 부를 수 있네. 하면서 나는 음이 같은 한자 두개를 떠올렸다. 

靈 신령 영 
空 빌 공 

0은 사실 둘다 될 수 있었다.
비었지만 존재하는 것. 
영 
그러면서 나는 비었음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래도 무언가 유의미한 이름이 더 멋진 것 같아, 0을 '영'이라고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0을 '영'이라고 부르는 것과 '공'이라고 부르는 것의 차이를 찾아보았다. 



아라비아 숫자 '0'은 '영' 또는 '공'으로 읽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영'과 '공'은 이렇게 풀이되어 있습니다 .

영14(零)
「명사」
「1」값이 없는 수. ‘0’으로 표기한다. ≒공12(空)[Ⅰ]「1」ㆍ제로02(zero)「1」.
¶ 영에 일을 더하면 일이다.
「2」『운동』점수를 얻는 경기에서 한 점도 얻지 못한 점수.
¶ 축구 시합에서 우리 팀이 일 대 영으로 졌다.


공12 (空)
[Ⅰ]「명사」
「1」=영14(零)「1」.
「2」‘Ο월 Ο일’에서 ‘Ο’과 같이 분명하지 않거나 밝히지 않으려고 할 때 쓰는 부호 ‘Ο’을 이르는 말.
「3」『불교』실체가 없고 자성(自性)이 없음을 이르는 말.
[Ⅱ]「수사·관형사」
예전에, 허(虛)의 1억분의 1이 되는 수를 이르던 말. 즉, 10-112을 이른다.



다른 숫자 사이에 있는 0은 '공'
값이 없는 수의 0은 '영'이라고 읽는 것이라는 글도 보았던 것 같은데.. 마이클이 부르는 것이 정답었구나 하면서 신기해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찾아보니 이제는 거의 모든 사람이 0을 공이라고 부른다. 
영일영이라고 번호를 부르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0
o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