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마치고 이제야 다시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설거지를 하면서 한참을 혼자 떠들었다. 화가 나지는 않지만 나는 화가 난 사람처럼 중얼중얼 욕지거리와 원망이 섞인 말들을 아주 작게 읖조렸다. 그 동안에 고양이들은 열심히 뛰어다니고 열심히 싸웠다.
나름의 명상을 하는 방식으로 나는, 오랜만에 고요한 밤에 향을 피우고 차분한 브라이언 이노의 음악을 작게 틀었다. 은은한 향이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는데, 내 바로 옆에 있는 공기청정기가 열심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참으로 낭만이 없는 현대문명. 공기청정기가 내는 소음은 음악을 지우고 고요함을 지우고... 나는 피우던 향을 껐다.
향 연기에 열심히 작동하는 공기청정기 소리를 들으면서 인도를 생각한다. 타들어가는 인센스 스틱을 들고 공간을 돌며 그 구석 구석의 에너지를 정화하는 사람들. 각종 마살라의 향기가 가득한 공간들. 그 속에서 떠들고 밥을 먹고 기도하는 사람들. 이 장면에 공기청정기가 있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조금 당황스러워진다.
갑자기 눈을 뜨니 이런 세상이었다. 미아동에서 살 때를 떠올려보면 그래도 파란 하늘을 자주 보았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프랑스를 다녀온 그 고작 2년이라는 시간동안 더 많은 것들이 바뀐 것 같다. 가끔은 진절머리가 나기도 한다. 설거지를 하면서도 다시 라면을 끊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런 작은 쓰레기들이 너무 지겹다. 이런 쓰레기들을 처리하겠다고 내가 쓰고 있는 이 어마어마한 양의 물도 너무 아까웠다. 그리고 이 일을 하겠다고, 혹은 이 일에 소홀했다고 다툼이 나는 것도, 노이로제에 걸린 사람처럼 서로를 노려보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다 너무 싫다.
어제 본 나탐의 영상에서.. 지금까지 역사가 카르마를 생성하는 모습으로 진행되어왔다면, 이제는 그 쌓인 카르마를 해소하는 시대로 들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끔찍한 전쟁과 살육의 시대를 지나고, 질병과 환경오염.. 종차별은 시대를 막론하고 지속되어왔다. 이제는 더이상의 해악은 없지 않을까.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업이 쌓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이제 그것을 풀어나가는 아주 정말 처음의 단계에 해당하는 세대라 더 히스테리적인 말과 행동들이 나오는 것일까. 이 히스테리와의 싸움이 힘들어. 원망도 할 수가 없으니, 나는 다시 나와 다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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