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에 다녀왔다. 너무 맛있는 정은씨의 다쿠아즈... 커피와 오렌지주스도 마시고 바스크 치즈케이크도 먹고 우리는 아주 만족스런 오후를 보냈다. 아, 날씨는 거의 여름이었다. 아직 도시에 열기가 쌓이지 않아서 시간이 좀 지나면 시원해지지만, 한여름이 오면 아스팔트가 뿜어내는 그 열기를 어떻게 견딜까 걱정이다. 미스트랄이 간절해질 것이다. 그래도 해가 길어지고, 날이 좋아지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이제야 사는 것 같다. 세상은 이제 초록색으로 뒤덮였다. 모든 것이 살아있는 것 같다. 초록색 잎사귀에 투명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아름다워서 길을 걸으면서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구경하느라 바쁘다. 집에 돌아와서는 이전에 했던 타투들을 리터치했다. 내가 서툴게 한 첫 번째 타투와 오지가 그려준 종려나무도 더 선명해졌고, 내가 그린 작은 엑스들과 손톱 아래에 장식을 다시 작업했다. 그렇게 오후를 보내고, 밥을 먹고 다래끼약도 챙겨 먹고, 계속 미궁에 대해서 찾아보고 있다. 타투를 하고 싶어서 찾던 문양들 중에 고대 유적에서 종종 발견되는 labyrinth들의 형태에 사로잡혔다. 그것이 탄생, 윤회와 같은 규칙, 이치들을 의미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노션에다가 열심히 자료들을 쌓고 있다. 내 작업 정리도 여기다가 하려고 한다. 나름의 작업 노트가 될 수 있겠다. 하루종일 이 작업에 그제부터 열중하다 보니 다시 머리가 열리는 것 같다. 집중하여 보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졌다. 생기가 생긴 것 같아서 참 행복하고 다행이다. 작업하고 연구하는 삶이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살아간다고 말해도 될까.
지금 오지가 마야문명의 상징에 관한 책을 보다가 신기한 것을 알려주었다. 오지 생일을 마야 달력으로 표시했을 때와 내 생일을 표시할 때 숫자가 같다. 12.
9월 18일
1월 8일
이미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했을 때도 연관성이 보이지만, 마야 숫자 체계에서는 같은 모양이니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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