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 골목을 윤슬이와 걸었다. 우리집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세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나와 도를 깨우친 나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끊임없이 투쟁의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갈등이 프랑스를 다녀온 이후에 더 심해져서 정말 이렇게 괴롭다간 미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윤슬이에게 내가 말했다. 거듭. 미친다는게 뭔지 알겠더라고 하면서. 계속 이 이야기를 하며 가다가 골목길을 꺾어 우리집 대문이 나왔다. 두 사람이 그곳을 기웃거리고 있다가 우리가 와서 황급히 떠나갔다. 나는 순간 그들이 고양이들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 내가 대문을 여니 두 고양이가 대문을 향해 오고 있었다. 아니 한 고양이는 다른 한 고양이 등에 업혀 있었다 완전히. 나는 떠나고 있던 그 두 사람을 불러서 '여기 보세요, 고양이들이 있어요' 하니 그들은 다가와서 고양이를 보았다. 우리도 함께 보려고 대문 밖에 나갔는데 그 두 고양이 주변에 아기 고양이들이 한 네다섯 명이 있었다. 무늬는 검은색 흰색이 섞여있는 고양이들이었다. 그 큰 두 고양이들 중에 하나가 그런 무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물려받은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흰색이 더 많았고, 순서대로 조금씩 검은색 무늬가 커지듯이 무늬가 아이들 사이에서 커진 것 같았다. 다른 어떤 아이는 온 몸이 검은 색이었다.
너무 여러가지 꿈을 꾸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일어나 까미유를 병원에 데려갔다. 예방접종을 더 맞아야할 것이 있어서 주사도 맞고, 구충제도 받으러 간 것이다. 까미유는 마지막으로 병원을 들렀을 때보다 2배가 커져있었다. 선생님은 놀랐다. 까미유는 5kg가 되었다. 얼굴도 작고 골격이 크지 않으니 이보다 이제 더 살이 쪄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우리는 선생님께 현실적이고 의학적인 조언을 듣고는 다시 제한급식을 실시하기로 했다. 두 시간씩마다 밥을 주기로 했다. 의외로 까미유는 이제 그 때만큼 밥에 집착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 봐선 그렇다. 왠일일까. 우리 까미유. 까미유는 이빨로 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며 선생님께서 걱정을 하셨다. 초장에 호되게 혼을 냈어야 했는데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까미유. 지금이라도 호되게 반응해줘야겠다.
주사를 맞고 약을 받고 우리는 김밥을 사서 집에 돌아왔다. 김밥을 열심히 먹고 나는 또 너무 피곤해서 미셸과 함께 졸았다. 그러다가 크로플과 커피를 먹자고 졸라대는 오지의 목소리에 결국 겨우 일어나서 커피 타임을 가졌다. 그리고 나서 조금 쉬다가 저녁 때가 되어 겨우 뭔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오늘 알게된 플랫폼 하나가 있는데 거기서 나만의 페이지를 만들어 그 안에서 백과사전같은 걸 만들고 있는 중이다. 작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여기에다가 열심히 아카이빙 해두면 참 좋을 것 같다. 그래서 하루종일 오늘은 미로에 대한 자료들을 들춰봤다.
사실 미로는 타투를 하기 위해 여러가지 문양을 살펴보던 중에 발견한 것이다. 고대의 암석화에서 많이 발견되는 미로의 형태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고대부터 시작해서 중세 기독교문화에까지 아주 다양한 지역에서 꾸준히 발견되고 있는데 미로는 그 자체로 명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만달라와 비슷한 것 같다. 신기하게 사람들은 왜 이렇게 다 똑같은 것들을 그리고 만들었을까. 결국엔 결코 끊어지지 않는 미로, 모두가 결국엔 만나는 미로 속에서 우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 인드라망같이. 거미줄 같이.
요즘 꿈을 살벌하게 꾸고 있어서 그런지 매우 피곤해진 것 같다. 내일은 약간 험난한 스케쥴이 예정되어 있다.. 부디 내일은 해가 반짝 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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