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약간 불안한 꿈을 꾸었다. 알 수 없는 이슬람 국가에서 회사에 다녔다. 회사에서 주는 밥은 정말 맛이 없었다. 고무를 씹는 맛이 났다. 먹으면 안 되는 장식품을 먹었다. 나중에는 많은 사람과 친구가 되었다. 어느새 배경은 베를린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베를린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는데 모두 한국어를 할 줄 알아서 우리는 한국어로 대화를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되었다. 비행기를 놓쳤다. 이렇게 된 김에 그냥 여기에서 죽 체류하면서 지낼까. 비자는 없지만, 그냥 불법체류를 하면서 지내는 거야 아니면 그냥 한국에 돌아갈까 고민을 했다. 한국에서 알던 친구 한 명이 베를린에서 살고 있었고, 나는 급하게 그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했다. 그러나 그 집에서 나는 약간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았다.
깨어나니 비가 억세게 오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계속 자고 싶었다. 늦장을 부리다가 천천히 일어나서 김밥을 시켜 먹었다. 오지는 오늘 타투 손님이 오기로 했다. 나는 오늘은 종일 작업을 할 생각이었기에 카페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나오자마자 뿌연 세상에 놀랐다. 정말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하얀 세상이었다. 먼지를 뚫고 집에서 가까운 카페에 갔다. 요즘 자주 찾는 개인주의라는 카페다. 커피를 마시며 작업을 시작했다. 차분한 공간이라 그런지 집중이 잘되었다. 이 카페에서 주는 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바짝 든다. 말끔해진 머리로 말들을 만들어냈다. 요즘 내 작업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그리고 더 면밀하게 이해하고 설명하고자 노력 중이다. 오늘은 조금 진전이 있었다. 집에서 작업하는 것이 가끔 힘들면 이렇게 나와서 작업을 해야겠다.
저녁 시간이 되기 전에 집에 돌아왔다. 하던 작업을 마저 내 책상에서 이어갔다. 오늘은 어글리어스에서 채소 박스가 오는 날이다. 채소 박스를 받아서 오늘 받은 감자와 조금 남은 애호박으로 간단한 반찬을 만들고, 어제 만든 요리를 동생과 나누어 먹었다. 식사를 챙겨 먹는 일도 요즘은 조금 소홀했다. 다시 조금 열정을 찾고 싶다.
밥을 먹고 하던 작업을 조금 더 정리했다. 그러다가 현재는 5년 전과 같은 패턴을 가지고 있다고 한 칼리의 말이 생각이 나서 5년 전 오늘을 찾아보았다. 나는 스튜디오를 다니던 시절이었고, 준혁이 사진이 좀 많았다. 그저께 다시 오랜만에 준혁이를 만났는데 그때의 인연들을 또 만나게 되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 나래 언니 촬영을 위해 시안을 찾다 보니 인물사진을 찍는 것에 갑자기 흥미가 느껴져서 웨딩 촬영이 끝나고 나면 개인 작업을 해볼까 하고 있다. 좋아하는 얼굴들을 불러서 함께 하고 싶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는 5년 전보다 조금 더 내가 하는 일에 익숙해졌을 거야. 사실은 언제나 자신이 없지만 그렇게 믿고 있다. 그리고 또 5년이 지나면 나는 더 나아져 있겠지. 궁금해.
갑자기 작업하고 연구하는 사이클이 돌아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내일 일하러 가야 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히토 슈타이얼 책을 좀 보다가 잠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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