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5월 03, 2021

오늘은 많이 지쳤다. 전시를 철수하고 집에 돌아와 옷가지들과 모든 짐을 퍼뜨려놓고 쉬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일기를 쓰는 것도 귀찮다. 네이버 블로그에도 일기를 매일 올리는 중이라 오늘은 전시를 철수하며 찍은 사진들을 올리고 일기를 썼다. 사실 약간은 억지로 쓴 일기라 카레닌의 미소에는 옮기지 않을 참이다.

나래언니를 만났다. 우리가 작년에 만나고 올해에 처음 만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렇게나 시간이 훌쩍 지났다니. 나래언니의 웨딩사진을 내가 찍어주기로 해서 오늘 만나 이런저런 계획을 함께 짰다. 다행히 내가 보여준 스튜디오와 우리 동네 골목을 언니가 너무 좋아해 줘서 수월하게 이야기를 마쳤다.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되고.. 재밌는 하루가 될 것 같다.

언니는 집을 보러 가야 해서 헤어지고 나는 다시 집에 돌아왔다. 오지는 열심히 핸드폰 게임 중이었다. 나도 자리에 철퍼덕 앉아 게임을 했다. 간단하고 별 볼 일 없는 게임 같지만 내 하루 중 약간의 낙이 되었다. 게임을 하다가 오지와 커다란 가방과 액자들을 감쌀 에어캡들을 들고 1984로 향했다. 사람들은 늦게까지 카페에 남아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 틈에서 마지막으로 전시된 우리 작품들을 열심히 찍고 액자들을 내렸다. 사진들 중의 하나는 1984에 계속 남기로 했다. 빛찬씨가 참 고마운 제안을 해줘서 1984에서 계속 사람들이 오고 가며 볼 수 있는 곳에 전시되어, 마음에 드는 사람들은 구매도 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내 사진이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일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아직은 작지만, 그 인연의 끈이 더 넓고 크게 퍼지는 상상을 해본다. 우리를 잇는 거미줄이 바다를 건너 길게 길게 이어지고, 겹쳐지고, 엉키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는 동안에 내 사진에는 얼마나 많은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날까. 이 일을 위해서라도 살아야겠다. 늘 잊고 마는 마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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