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1월 11, 2019

하루에도 몇번이고

이리저리 흩어지고 찢기는 마음. 지리멸렬이라는 단어를 쓰려다가 말았다. 말조차도 풀어헤치고 싶어서. 순수한 글자들로, 더이상 다른 의미를 함축하지 않는 그 자체로의 말들을 쓰기로 했다. 여러가지 글자를 내포하고 있는 말들을 피하기로 한 것이다. 나의 작은 모든 감정들까지도 하나로 뭉쳐질 것만 같으니까. 
몇번의 뜀박질이 있었다. 하루를 이틀로 사는 날이었다. 그러나 하루동안 해야할 일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그런 날이었다. 눈은 내내 뜨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내 곧, 아니 이내 곧이 아니라, 해가 지고, 모든 것이 마무리되어갈 때 즈음에 나는 겨우 다시 결심을 하는 것이다. 내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하여, 나를 흐릿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은 피하기로 했다. 나를 의지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사람은 제외하겠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있어야 사람처럼 살 수 있으니까. 
겨우 달랜 마음 어화둥둥 안고나니, 시간은 이미 훌쩍 지나있었고, 나는 이제 잠이 미친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엇도 하지 않은 하루. 물론 무엇인가는 했으나 말이다.
옛날 옛적의 사진들과 말들을 주워담았다. 하루종일 사실 그 일을 했다. 노래도. 손톱에는 다시 한번 봉숭아물을 진하게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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