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9살이 되어버렸다. 한국나이론 이미 30살이지만 여기에선 만나이로 세니까 28살에서 오늘 29살이 된 것이다. 참으로 특별할 것 없는 생일이었다. 생일이 생일같으려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야 한다.
작년에도 오늘도 나는 혼자서 9월 18일을 보냈다. 무얼해야할지 몰라서 어영부영하다가 오후는 모두 다 지나갔다. 힘만 들었다. 어제 커피를 마신 탓에 오늘은 몸이 너무 무겁고 기분도 그리 좋지 않았다. 전시를 보려고 friche belle de mai에 갈 참이었는데, 너무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어제 갔던 쿠지 카페에 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오늘은 모카를 마셔봤다. 그런데 커피를 마셨는데도 어제처럼 정신이 또렷해지지 않았다. 기분도 그대로였고, 몸이 무거운 것도 그대로였다. 갈등을 좀 하다가 길을 나섰지만 막상 앞에 가자 보고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바다에나 가고싶었다. 그래서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도 고민이 되더라. 이런 날이 가끔 있다. 모든게 맞물리지 않는 느낌. 엇갈리는 느낌. 그럴 때는 사실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하는데, 집에 있기는 싫었다. 너무 심심했다. 그래서 결국 자전거를 타고 바다로 향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내가 고른 자전거는 고장난 자전거였다. 정말 오늘은 아무 것도 제대로 된 것이 없는 날인가 했다. 가는 길 내내 바다에 가는 것이 망설여졌다. 날씨도 시원했다. 바다에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그렇지만 그렇게 내 생일날을 아무 것도 안한채로 보내버릴 순 없었다. 바다에 도착했다.
나는 망설임없이 바다로 들어갔다. 하나도 춥지가 않았다. 오히려 따뜻했다. 8월에 갔을 때보다 더 따뜻한 것 같았다. 오후 여섯시쯤이었는데 나는 한참을 놀았다. 물 속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열명도 채 되지 않았다. 넓고 넓은 바다에서 나 혼자 떠다니는 느낌이 좋다. 물론 나 혼자는 아니지만. 수영도 잘 못하지만은 내가 할 수 있는대로 열심히 해본다. 바다에 간 것은 절대 후회스럽지 않은 선택이었다. 정말 너무 좋았다. 언제나처럼. 그렇게 놀다가 조금 추워질랑 말랑 할 때, 뭍으로 나왔다. 추워서 바로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었다. 물 속이 더 따뜻했다.
오늘 미역국은 먹지 않았다. 그렇지만 바다에 갔으니 됐다. 사람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지만, 사실 우린 물에서 왔다. 그러니 태어난 날에 물에 들어가는 것은 꽤 상징적인 일이었다. 물에서 왔고, 물로 돌아간다. 물로 돌아간다.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것에 감사하긴 하지만, 엄마 냄새가 맡고싶다. 왜 우리 엄마한테는 너무 좋은 냄새가 날까? 아무한테도 그런 냄새는 나지 않는다. 천사같은 우리 엄마. 바다같은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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