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늘 내가 화를 낸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오늘 내 우울한 마음에다가 그가 내가 이미 너무나 잘알고 있는, 책 속에 쓰여진 것 같은 그런 말들을 연거푸 내뱉어대기에 정말 하나도 위로가 안된다고 쏘아붙였던 것이다. 사실이다. 하나도 위로가 안되는 말이었고 분명 그는 그런 일에 소질이 영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그 모범적인 답들을 이미 알고있다고 말하고 나니 상황은 우스워졌다. 그도 웃으며 알아요? 되물었다. 그러게 말이야. 내가 다 알고 있었다니 말이야. 불안은 종종 그렇게 한순간에 우스워지곤 한다. 그는 이제 알았다며 앞으로는 그냥 ‘오세라 화이팅’하면 되겠구나하고 즐거워하더라. 나도 즐거워졌다. 정말.
이상하고 우스운 통화를 끝내고 나는 생각을 한다ㅎ 누구도 혼자여서는 안된다고. 누구도. 여기에 와서 새로 배운 것들이 많다. 내가 정말 바라는 일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여기에 오면 한국의 지긋지긋한 관계들로부터 도망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실제로 떠나오기 직전에는 너무나 지쳐서 도망치듯 비행기에 올랐고 조금 후련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선 정말 나 혼자 해왕성에 와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 해왕성에서 지독하게 고요한 때에 비로소 배우는 한가지가 그것이다. 누구도 혼자여선 안된다는 것. 별을 넘어서 배우는 것. 애드 아스트라, 그리고 대서양 건너편 친구와의 통화 끝에 느끼는 그것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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