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2월 24, 2025


 


 정말 분홍색 돌고래가 있다니. 

월요일, 2월 10, 2025

모든 생명들에 강한 연결감을 느끼는 날. 가슴이 아릴 정도로 모두의 숨결이 가깝게 느껴져서 눈물이 날 것 같은 날이다. 수많은 고통과 죽음이 나의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 모든 생명들이 미셸의 숨으로 나의 숨으로 연결이 되어있다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나날이다. 
오늘 새로운 꿈을 하나 갖게 되었다. 퇴역마를 아무런 목적과 용도없이 그저 같이 사는 가족으로서 입양하는 것. 말과 함께 살기 위해선 넓은 땅과 먹을 것이 필요하니까 내가 돈을 많이 많이 번다면 그것을 목표로 하여 벌리라. 

목요일, 2월 06, 2025

수요일, 2월 05, 2025

고기를 먹지 않은 지 13년이 되었다. 대학교 때부터 먹지 않은 것이니까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와 사회가 여러 단계로 여러 모습으로 변화하는 동안에 적지 않게 이런저런 의제를 불러일으키거나 영향을 미치곤 했다. 나 또한 비건으로 살았다가, 페스코로 살았다가 등을 반복하다가 지금은 페스코에 가까운 식습관을 갖고 전반적 생활면에서는 비건 지향으로 살고 있다. 처음엔 서울에서 채식 위주의 식당을 찾는 게 정말 어려웠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면 괜히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많았다. 생선은 어떡하냐며, 풀은 생명 없냐며. 너 하나 그렇게 한다고 세상이 바뀌냐고.

이번에 나는솔로라는 프로그램에 채식주의자가 등장하면서 일으킨 이슈가 나로 하여금 다시 내가 채식을 하면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했다. 나는솔로를 볼 때마다 '채식주의자가 등장하면 어떨까' 하고 궁금해하던 나는, 생각보다 빨리 채식주의자가 등장했다는 사실에, 그리고 채식주의라는 것이 어떤 굉장한 특이 사항이자 연애 상대를 고를 때에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 것에 놀랐다. 나는 그저 다 같이 저녁 먹는 자리에서 더 다양한 저녁 메뉴로 이루어진 상차림이 보여질 것을 기대했는데 말이다.

24기 순자님이 본인이 채식주의자라고 소개하자 출연진들은 모두 놀랐고, 같은 기수의 출연자 중에 대동물 수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죄인이 된 것 같다'라는 말을 쓰기까지 했다. 모두를 포함할 순 없겠지만, 대부분의 채식주의자는 사람들에게 채식을 하라고 강요하거나, 채식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질책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지금까지 별다른 충돌이 없었던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채식주의자 앞에 서면 다들 갑자기 본인이 이 세상 생명들에 반하는 가해자로 지목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 같다. 아무도 정죄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그렇게 하는 셈인가 보다.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순자님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면서 여전히 예전 같은 수준으로 채식주의자를 조롱하고 있는 댓글들을 마주하니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처음엔 너무 나에게 공격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화도 나고, 같이 싸우기도 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웬만하면 내가 채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겉으로 꺼내지 않게 되었다. 피곤해지는 게 싫어서, 혹시 누군가가 불편해지는 것이 싫어서.

채식주의는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는 마음이자, 어떤 생명도 비윤리적으로 사육되지 않고, 살육되지 않고, 위협받지 않으며, 평안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적극적 행동이다. 그것은 이 세상의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생존과 안위를 위한 행동인 것이다. 생명에 가해지는 모든 폭력에 반대하는 행동이다. 채식주의자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연구하며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모여서 공동체를 만들고, 함께 연구하고, 사회적으로 그 운동을 확장하고 세상에서 많은 모습을 드러내는 동안, 여전히 채식하지 않는 사람들의 질문이나 고민은 크게 달라지진 않은 것을 이번에 크게 느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자기소개에서 본인을 '채식주의자'라고 선포하듯 말한 순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채식주의자들은 채식주의자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름의 사회를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던 시기에 세계관이 충돌한 것이다. 항상 저녁 시간이 되면 다 함께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필수던 솔로 나라에 채식주의자의 등장이라니. 사람들은 갑자기 채식주의자를 처음 본 것 마냥 달려들었다. 순자가 가죽 가방을 들었다고 욕했고, 매운탕에 들어간 다슬기가 생명체라고 말한 것을 조롱했다. 내가 처음 채식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이 보이던 반응이 아직도 그대로라는 게 놀라웠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매체에서 채식주의자를 마주할 기회가 정말 없었다. 음식이나 요리 관련된 프로그램을 보면 육식 위주의 메뉴들이 즐비하고, 그것이 보통이고, 기준이고, 중심이었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고기가 되기 위한 동물들의 사체가 화면 가득 비치는 것은 예사다. 그것을 보고 불편한 것은 채식주의자들이고, 때로 그에 대한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조용하다. 왜 이렇게 조용했지.  그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들은 대부분 같은 채식주의자들이어서거나, 내가 조용해진 이유와 같은 것이겠거니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순자처럼 누군가 보기엔 시끄럽고 유난스럽게 보일 수도 있는 그런 선포와 같은 말과 행동들이 굉장한 운동의 일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한 채식주의자로 살다가 괜스레 순자와 순자를 둘러싼 세상을 보고 나니 마음을 다잡게 된다. 가끔 흐트러지는 비건 지향의 삶을 다시 건강하게 세워야지.

내가 바랐던 것은 채식주의자와 비채식주의자의 세계관 충돌이 아니라, 공존하는 것이었다. 고기를 먹는 사람이 있고 먹지 않는 사람이 있고. 공장식 축산업이 잘못되었고, 비윤리적이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는 세상. 각자 다른 방식으로 고민하고 행동하는 세상. 모두가 똑같이 일률적으로 고기를 먹지 않는 세상이 아니라, 모든 것이 적당하고, 조화로운 세상.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자신을 '채식주의자'라고 정체화하며 선포하듯이 말할 필요도 사라지겠지. 하지만 그 세상으로 가기까지는 결국에 다시금 우리가 선언하고, 실천해야겠구나 - 하는 생각을 한다. 
오랜만에 어떤 어른을 닮고 싶다는 마음을 다짐으로 하게 된다. 

월요일, 2월 03,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