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8월 01, 2023

놀랍게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요가수트라 필사 명상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처음 3일이 지날 때, 일주일이 지날 때, 195일이라는 긴 여정이 어떻게 흘러갈까 싶었는데, 아마 순식간에 마지막 장을 필사하는 순간이 다가올 것 같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요가수트라를 한장 한장 써왔다. 많이 귀찮고 힘이 없고... 힘이 드는 7월이었지만, 어떤 날은 억지로라도 이 필사 명상을 하곤 했다. 내가 빠짐없이 매일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이건 같은 목표로 매일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와 서로가 쓴 글씨를 나누고 같은 구절을 써 내려가는 공동의 수행이라 왠지 더 포기하지 않고 꼭 해내고 있는 것 같다. 매일 매일 밴드에 들어가서 내가 쓴 오늘의 장을 찍어 올린다. 아무도 검사를 하지 않지만, 누가 오늘 빠뜨렸는지도 알 수 없지만 그 간단한 루틴이 우리를 이 일을 지속할 수 있게 도와준다. 1일 차, 2일 차, 3일차... 이 숫자들을 빠뜨리기 싫은 강박이 있는 듯도 하지만, 어쨌거나 그 강박으로 인해 하고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뿌듯하다.
보르헤스의 갈림길에 대한 이야기를 찾다가 블로그에 썼던 일기 중에 글이 있을까 하고 검색해 보았는데, 없다. 블로그에 검색하는 위젯을 하나 추가했다. 그리고 온 김에 일기를 쓰고 있다. 얼마나 오랜만에 쓰는 일기지. 필사 명상을 하면서 기록해 두기 위해 7월에 몇 번 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일기를 써 내려가는 일은 정말 오랜만이다. 사실 써 내려갈 힘이 정말 없었다. 말이 전혀 이어지지가 않았다. 구름이 잔뜩 낀 것 같았다. 아까 검색을 해보니 내가 이 전에 아주 길게 하루를 풀어 쓴 일기들을 발견했는데 그게 참 신기하다. 그래도 오늘 이렇게 일기를 쓰는 걸 보니, 그것이 다시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다. 말이 안 나오는 것과 글이 안 나오는 것은 항상 별개의 문제였는데, 이번엔 그게 같이 일어났다. 왤까. 마음이 슬프고 말은 잘 나오지 않더라도, 글로는 복잡한 마음이 더 잘 쓰여지는 때가 있었는데. 이번엔 모든 것이 함께였다. 알 수가 없다. 정말. 아무튼 오늘은 그래도 조금 안개가 걷힌 듯하다. 여전히 글을 쓰다가 다른 인터넷창을 들락날락하는 것은 그대로지만 말이다. 근데 그러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나는 늘 도중에 여기에서 빠져나가지 않기 위해서 같은 음악을 하염없이 듣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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