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9월 28, 2022

오늘은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지 않았다. 간단히 청소를 하고 밥을 먹었다. 해야 할 일들을 곧장 시작할까 머리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시 바닥에 누워서 몸을 똑바로 폈다. 몸을 똑바로 펴고, 산책하기로 했다. 볕이 아름다운 오후에 나가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오랜만에 산책을 했다. 다른 위중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사방을 둘러보며 천천히 내 동네를 걷는다. 잎의 모양, 꽃잎, 그림자의 모양들, 벽에 비친 햇살의 색깔, 그런 것들을 바라보는 일처럼 아름답고 여유로운 일은 없다. 산책의 위대함은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은 그곳에 있다. 모든 아름다움이 그곳에 늘 있다. 늘 그곳에, 그러나 모양과 색깔은 늘 새롭게. 산책을 하는 것은 사람뿐이다. 산책하기를 선택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것을 선택하지 않는 것도 사람. 아름다운 것을 보는 일은 오늘의 내 선택이었다. 하늘과 빛이 아주 온화하여 마음이 부드러워졌다.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이라고 생각했다. 내일은 또 새로운 가장 아름다운 날일 것이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아름다운 시간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때 친구들의 이름을 떠올렸다. 이처럼 선명하고 희망적인 마음이 가득할 때에 기도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때에 하는 기도도 너무나 소중하고 간절하겠지만, 내 마음이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한 때에 하는 기도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걸으며 친구들의 이름을 떠올리고 기도를 했다. 감사하는 모든 마음이 모두를 위한 기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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